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파면 팔수록 함바집 비리 사건에 연루된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고구마 줄기 엮듯 달려 나오고 있다.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의 주변인물과 피해자들이 제각각 검증되지 않은 폭로와 확인되지 않은 설들을 쏟아내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연루 의혹을 받는 인사들이 새로 나오는 형국이다.
온갖 폭로의 배후엔 함바집 이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진흙탕 싸움이 있다. 경쟁자보다 강한 연줄을 쥐고 있어야 함바집 운영권을 더 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이런 생리는 경찰 고위층을 넘어 그보다 더한 영향력을 지닌 인사에 대한 로비 또는 로비 시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11일엔 유씨가 여권 실세인 A씨에게 줄을 댔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장모씨는 이날 "지난해 초 유씨의 2차 브로커가 유씨의 처남인 김모씨의 지시로 A씨 측근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2차 브로커에게 1억원짜리 수표 1장을 주며 이를 현금으로 바꿔 청와대 인근 찻집에서 기다리던 A씨의 측근에게 건네줬다는 것이다. 유씨의 동업자들도 "당시 유씨가 A씨 측에 돈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그랬다더라'는 수준의 업자들 얘기이고 3자 말을 전해들은 수준"이라며 신빙성도 없고 수사 대상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A씨에 대한 로비설은 함바집 운영권 패권 다툼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던 유씨는 부산의 경쟁업체 B유통 이모 대표가 A씨의 줄을 잡고 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 역시 A씨 측에 선을 대려 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B유통 이 대표는 부산을 기반으로 월성원자력발전소 확장 공사 등 인부들이 많은 대형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큰 손"이라고 말했다.
이후 유씨는 주 사업장을 인천으로 옮겼고, 다중계약으로 인한 고소ㆍ고발을 당해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발악적으로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더 힘센 사람을 잡느냐에 운영권 사업의 성패가 갈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의 바람과 달리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2년 전까지 유씨와 동업자였던 B씨는 "유씨가 2중, 3중의 계약을 통해 화를 자초한 것도 결국에는 새로운 인맥을 잡기 위한 로비자금 확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유씨가 지금까지 알려진 강희락 전 경찰경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층 외에 정치권 실세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이 바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유씨의 패색은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유씨는 2, 3년 전부터 고소고발인들을 피해 전국으로 주소지를 옮겨 다녔고, 지난해에는 빚 독촉에 괴로워하는 부인과도 위장이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한 함바집 업자 D씨는 "피해자들의 원성이 자자해 유씨와 손을 잡았다가는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이를 우려한 많은 업자들이 경쟁업체 밑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유씨의 경쟁자였던 B유통으로부터 영남의 한 대형 건설현장 함바집 운영권을 받은 업자는 "유씨한테는 돈을 줘도 운영권을 얻지 못한다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실세에 줄이 닿아 있다는 다른 라인의 운영권 브로커한테 돈을 주자 함바 운영권이 1주일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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