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소불위" 말 버릇처럼… 경찰·정부 인맥 '문어발 관리'가족끼리 역할 분담… 계약서에 이름 안남겨철저한 현금 로비·개폐업 반복하며 법망 피해"가족 중 변호사 있어 법조계 영향력" 뒷말도
"천신만고 끝에 '유 영감'주소를 알아내 찾아갔더니 허허벌판입디다. 유씨가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을 피하기 위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으로 주소를 옮겨 놓았더군요."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에게 수억원을 맡겼다가 받지 못하자 유씨를 고소한 피해자 J씨의 말이다.
유씨 어떻게 법망 피했나
1990년대 말부터 함바집 운영권 장사를 하며 숱한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는 어떻게 지금까지 법망을 피할 수 있었을까.
실제 확인되는 유씨에 대한 고소ㆍ고발사건만 해도 서울 송파와 경기 성남, 안산 등지에서 4~5건을 비롯해 최소 10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이중계약 등 운영권 판매와 관련한 계약 위반 때문이다. 서울 동부지검 수사에 유씨가 걸려든 것도 그와 함바집 운영권 계약을 했던 피해자 6명이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였다. 하지만 유씨는 2006년 재개발 아파트 함바집 비리 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것 외에는 그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고 대부분 합의 등으로 유야무야됐다. 지난해 성남 중원경찰서에도 고발됐지만 합의로 마무리됐다.
더욱이 유씨는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경찰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 고위관료 등에게 수시로 금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수면 아래 있었다.
유씨와 여러 차례 거래를 했다는 함바집 업자 P씨는 "유씨와 4차례 계약서를 썼지만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고 말했다. 함바집 업자들에 따르면 유씨는 운영권 양도 계약서 작성에는 처남을 내세우고, 주고받는 자금은 항상 딸 명의의 통장을 이용했다고 한다.
철저한 현금 로비 수법도 흔적을 지우는 한 방식이었다. 유씨는 강남의 유명한 한정식집인 D식당에서 경찰 간부나 고위 관료들을 만나 돈을 건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와 운영권 거래를 했던 J씨는 "유씨가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로비자금용으로 쇼핑백에 현금 5,000만원을 넣는 걸 봤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씨는 한 고위 관료의 아들 결혼식 때는 아파트를 선물했다는 소문까지 나돌 만큼 '통 큰' 로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수법을 사용하다 보니 유씨의 비호세력은 경향 각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곳곳에 산재했다는 얘기다. 그는 피해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이렇게 관리한 인맥을 과시하는 방법을 썼다. 유씨를 만났던 또 다른 함바집 운영권 업자는 "유씨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경찰이든 지울 수 있다'고 말하며 힘을 과시한 적도 있다"며 그에게서 권력을 업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유씨가 "나는 무소불위"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해왔다는 것이다.
유씨와 동업을 했다는 한 업자는 "유씨에게 떼인 돈 문제로 한 지역 검찰청에 고소고발이 빗발쳤는데도 그는 무사했다"며 "가족 중에 변호사가 있어 법조계 인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뒷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림자 CEO 행세
흔적을 남기지 않는 유씨의 습성은 회사 운영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사실상 운영한 함바집 운영업체 임원 명단에 이름을 거의 올리지 않고 대신 친인척을 내세웠다. 이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법의 어두운 측면에 익숙한 '범털'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업규모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그가 1,000억대 자산가라는 설, 500억을 로비에 썼다는 설 등 여러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유씨의 이런 행각에 대한 여러 설이 믿을 수 없다는 증언도 있다. 함바집 사건이 불거지기 전 1년 반가량 유씨의 일을 도왔다는 K씨는 "유씨는 말이 느린데다 말수가 적고 말을 할 때도 입을 가리고 할 정도로 아주 소심한 사람"이라며 "유씨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부풀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2년 전까지 유씨에게 사무실을 임대해준 건물주 B씨는 "엄청난 재산가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짜리 사무실을 썼겠느냐"며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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