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자진 사퇴 촉구 파동을 계기로 "청와대 비서실(대통령실) 의 보좌 기능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11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중심으로 한 비서실 체제는 두 차례 개각에서 실패한데다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청와대 비서실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이날 "청와대 비서진이 인사 천거를 제대로 하고 대통령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사수석' 역할을 겸하며 인사를 주도한 임 실장을 직접 겨냥한 책임론도 나왔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임 실장이 인사를 주도하면서 당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도 "임 실장이 당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독단적으로 인사를 했다는 불만이 많다"고 비판했다.
임 실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이뤄진 8ㆍ8 개각과 이번 개각 등 두 차례 큰 인사에서 연이어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문제라는 게 여당 의원들의 시각이다. 8ㆍ8 개각에서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이번에도 정동기 후보자 논란이 불거지자 임 실장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임 실장뿐 아니라 검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측면에서 권재진 민정수석과 인사비서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전관예우로 1개월에 1억원씩이나 받았는데도 불법이 아니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무시한 안이한 판단"이라며 "검증을 위한 200개의 질문서를 만들었다는데 제대로 적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도 "대통령 참모 출신을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에 지명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도 이날 청와대 비서실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에는 인사검증 책임을 청와대가 반드시 감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더 큰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이 책임을 져야 하며 청와대의 조치가 없다면 구체적으로 실명화해서 책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한편 정동기 후보자는 12일쯤 후보자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해 "순리에 따를 것"이라고 말해 금명간 정 후보자의 사퇴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당 고위 관계자도 "늦어도 내일은 정 후보자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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