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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우석 감독의 야구영화 '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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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우석 감독의 야구영화 '글러브'

입력
2011.01.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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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아니다. 오래도록 시신경에 남을 강렬한 장면도 없다. 어느 장면은 지나치게 감동을 강요하기도 하고, 어느 장면의 대사는 작위적이다. 그런데도 상영시간 145분 내내 마음이 움직인다. 누군가는 지나친 신파 아니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글러브’는 정말 오랜 만에 가슴을 울리는 영화다. 유쾌한 웃음까지 덤으로 딸린다. 따스한 인간애에 굳은 우정이 얹히고, 새침한 로맨스가 살짝 포개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글러브’는 제대로 울리고 웃기는 확실한 상업영화다.

이미 널리 알려진 실화가 밑그림이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봉황대기 고교야구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이 뼈대를 이룬다. 3년 연속 프로야구 최우수선수였으나 이젠 만취상태에서 방망이나 휘두르는 사고뭉치 퇴물 투수 상남(정재영)의 사연이 허구의 살을 붙인다. 그의 영구제명을 막기 위해 친구이자 매니저인 철수(조진웅)가 상남을 충주성심학교 임시 코치로 알선하면서 이야기는 출발을 알린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예측 가능하다. “벙어리 데리고 쇼 하는 거 아냐?”라는 막말을 던지던 상남은 오합지졸 야구부를 단단히 규합해 간다. 그리고 전국대회 꿈의 1승에 도전한다.

상남이 청각장애 선수들과 조금씩 교감을 나누게 되는 초반부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장면과 장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어진다. 야구부 지도교사 주원(유선)과 상남이 펼치는 사랑의 신경전이 스크린에 생기를 준다. 가시 돋친 두 사람의 대사는 기이하게도 착착 귀에 붙으며 달착지근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중학시절까지 유망한 투수로 활동하다 돌발성 난청으로 야구를 그만 둔 명재(장기범)의 곡절이 곁들여지며 감동지수를 끌어올린다. 야구부원들이 장애 앞에 좌절하며 신음과도 같은 아우성을 지르는 장면에선 콧등이 뜨거워진다. 영어 단어 ‘Glove’에서 G를 빼면 Love라는, 그래서 ‘야구는 사랑이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꽤 오래도록 마음 속에서 공명한다.

배우 하나하나의 연기 앙상블이 좋다. 속도감 있는 야구 장면도 무난한 편이다. 무엇보다 연출이 돋보인다. “밟는 건 상관 없는데 일어설 힘까지 뺏으면 안 되잖아”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혼자 그만 두면 안 되잖아” 등 문어체 대사가 쏟아지는데 그리 유치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직한 듯하면서도 관객의 마음을 움켜쥐는 강 감독의 뚝심 덕분이다.

강우석 감독은 10일 시사회가 열리기 전 기자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영화 별로 안 좋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꼈다. 그의 조심스런 발언은 영화를 빨리 보여주고 싶은 조바심의 반영이었고, 자신감이 깃든 엄살이었다는 것을. 그는 역시 (적어도 상업적인 면에 있어) 저력 있는 감독이다. 20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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