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청산가리 살인, 재심리하라"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불륜 사실을 알고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을 청산가리(시안화칼륨)를 넣은 음료를 마시게 해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이모(73)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전후 이씨의 행적이나 여러 증인들의 증언 및 과학적 증거방법을 종합해 보면 공소 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무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 사건 같이 중대한 범죄를 유죄로 인정할 때에는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되는데 청산가리 입수 경위 등 몇 가지 의문스럽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 2심은 이씨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무기징역과 사형을 선고했다.

이씨는 2009년 4월 충남 보령시 청소면 자택에서 부인이 평소 즐겨 마시던 보리차에 청산가리 0.2g을 녹여 넣고, 이를 마시던 부인이 숨지자 119에 신고하는 등 범죄 사실을 숨기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1966년 부인과 결혼한 후 서울로 올라가 다른 여성과 40년간 동거하다 2008년 5월쯤 보령으로 왔으나 마을 다방 주인과 내연관계를 맺고 모텔을 드나든 사실이 부인에게 발각됐다. 이씨는 부인을 살해한 뒤 평소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고 조언하던 이웃집 부부도 청산가리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를 함께 받았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