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인 아이폰4로 촬영한 단편영화 ‘파란만장’이 27일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만으로도 화제를 낳을 만한데 감독이 더욱 눈길을 끈다. ‘올드보이’와 ‘박쥐’를 만든 명장 박찬욱 감독과 그의 동생이자 유명 설치미술가인 박찬경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두 사람의 영문 성(Park)과 이름 첫 자(Chan)를 응용해 붙인 이번 프로젝트 명은 ‘파킹 찬스’(Parking Chance). 주차할 기회로 직역될 이 프로젝트는 형제 감독의 합작품이 한국영화계에 충분히 안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0일 오전 ‘파란만장’ 시사회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단편은 힘만 들고 흥행은 안돼 안하려고 해도 뜻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니 다시 하게 된다”고 연출 동기를 밝혔다. 박찬경 감독은 “많은 분들이 즐겁게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오광록과 이정현이 연기 호흡을 맞춘 이번 영화는 실험적이다. 삶과 죽음을 연계하는 무속의 세계를 미스터리한 화면과 이야기 구조로 전달한다. 갓을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인디 뮤지션들의 전위예술을 연상케 하는 공연 장면이 도입부를 장식하고, 많은 장면이 굿에 할애된다. 대중과 거리를 둔 영화라는 선입견이 들만 하지만 영화는 흥미롭다. 재치 넘치는 반전이 있고,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과 능숙한 편집이 잔재미를 준다. 박찬경 감독은 “연기 연출은 형이 주로 맡고, 내가 비주얼 쪽을 담당키로 했는데 정작 촬영장에선 모든 것을 같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100% 아이폰으로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박찬경 감독은 “아이폰4가 가볍고 작아 수중촬영 등을 간단히 마칠 수 있었고,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할 수 있어 다양한 편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촬영지 물색 때 찍은 영상, 여러 스태프가 찍은 영상도 편집에 사용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촬영장은 카메라가 하나의 권력인데 이번엔 그 권력이 분산되고 수평화됐다”고도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광고영화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난 상업영화 감독이자 제작자이기에 큰 자본으로부터 돈을 받아 영화 만드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아이폰4라는 촬영장비가 부각되고 있지만 기업과 예술가의 보기 좋은 만남이라 생각한다”며 “극장보다 케이블TV와 온라인 등에서 더 많이 공개될 텐데 대중은 작품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상영시간 30분인 ‘파란만장’의 제작비는 1억5,000만원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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