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복을 입고 공을 쥔 채 벤치를 서성인다. 경기 시작 몇 분 뒤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하면 그도 벌떡 일어나 감독 곁으로 다가가 작전지시판을 유심히 살핀다. 감독의 입에서 "준비해"라는 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식스맨'이란 이름으로 함께하는 40분, 인천 전자랜드 임효성(30)의 얘기다. 그는 지난 2004년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드래프트 동기인 울산 모비스 양동근(1순위) 서울 삼성 이정석(2순위) 부산 KT 김도수(4순위)가 각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동안 임효성은 SK, 전자랜드, LG 그리고 다시 전자랜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2007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절치부심'한 임효성은 지난 시즌부터 전자랜드에서 감초 노릇을 하고 있다. 임효성은 "짧은 시간을 뛰기 때문에 코트 분위기에 녹아 들기가 쉽지 않다"며 "머리 속으로 수없이 패턴을 되새긴다. 방에 감독님의 작전을 그려서 항상 붙여놓는다"고 말했다.
식스맨의 출전 시간은 보통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2,3분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40분 가운데 절반이 넘는 시간을 코트 밖에서 보내야 한다. 올시즌 평균 출전 시간이 3분50여 초인 임효성은 "벤치에서 조금씩 뛰어가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며 "주전보다 더 전투적으로 임해야 하기 때문에 순간 집중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식스맨은 유형에 따라 수비형(울산 모비스 하상윤, 전자랜드 이현호 등) 공격형(전주 KCC 유병재, 서울 삼성 김동욱 등)으로 나뉘지만 대개 40분을 보내는 과정은 비슷하다. 임효성은 '공수겸용'. 상황에 따라 감독은 투입할 식스맨을 정하고 미리 몸 풀 시간을 준다. 식스맨은 만점 활약을 펼치다가도 감독이 손짓을 하면 지체 없이 벤치로 들어와야 한다. 속으로는 감독을 많이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임효성은 "주전들이 체력 안배를 하기 위해 우리가 뛰는 것"이라며 "선발로 나서기 전에 대략적인 출전시간을 통보 받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더 뛰고 싶은 미련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효성은 "주전으로 거듭나는 건 너무 큰 욕심"이라며 "먼저 식스맨으로서 감독의 확실한 믿음을 받고 싶은 게 모든 식스맨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하면서 책임감이 생겼고 뭘 해도 아이와 부인 생각이 먼저 난다. 팀 우승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 임효성은
●출생 1981년 7월31일
●가족 유수영(30), 임유(1)
●체격 180㎝, 78kg
●학력 한강초-충주중-충주고-성균관대
●2010~11시즌 연봉 6,000만원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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