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치솟는 식량 등 식료품 가격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폭동과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고성장을 구가하는 신흥 개도국에서도 식료품 가격을 관리하는 데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이러다 2008년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식량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소국 알제리와 튀니지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튀니지에서는 지난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소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제리 당국도 나흘 째 이어진 폭동으로 5명 이상이 사망하고, 경찰을 포함해 8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물가 상승과 고실업률에 대한 젊은 층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현지 언론들은 특히 시위 와중에도 식료품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 성난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알제리 정부가 8일 설탕과 식용유에 대한 수입관세, 부가가치세 등을 일시적으로 감면해 가격을 41% 내리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AP통신은 "정부가 긴급 대책을 마련한 이후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료품 가격 위기는 가난한 일부 국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수십년 간 성장 가도를 달렸던 베트남도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물가상승과 외화보유고 감소 등 베트남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은 현재도 연간 7퍼센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 급등해 노동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은 정부의 국영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베트남 최대 국영 조선업체인 '비나신'이 최근 파산을 맞으면서 위기가 한층 증폭되는 모양새다.
세계적 식량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5일 지난해 12월 설탕과 육류, 곡물 등 식품가격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14.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식량 파동을 겪은 2007~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2008년 6월 아이티와 방글라데시에서 폭동 사태가 빚어졌던 때(213.5)보다 더 높다.
원자재가 상승은 소비재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FAO는 식량가격 급등으로 올해 전 세계 식량 수입량이 지난해 예상치인 1조260억달러를 훌쩍 뛰어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