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숨진 9세 소녀 크리스티나 그린은 2001년 9ㆍ11테러공격이 있던 날 뉴욕에서 태어나 ‘희망의 얼굴’로 선정된 아이 중 한 명으로 밝혀졌다. ‘희망의 얼굴’은 테러 희생자를 추도하면서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테러 당일 각 주에서 태어난 아기 1명씩 총 50명이 뽑혔었다. 테러라는 절망 속에서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이 어린 꽃은 또 다른 테러로 못 다 핀 꽃으로 남아 슬픔을 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그린 양이 집 근처 쇼핑몰인 ‘라 토스카나 빌리지’에서 열린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의 행사에 “실제 정치를 접해보면 좋을 것”이라는 어머니 친구의 권유로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모친 록산나 그린은 “이 행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참석을 허락했다”며 “밝고 총명해 학생회 간부를 맡았고 어린 나이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린 양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테러로 붕괴한 당일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그로브 지역에서 출생했다. 모든 미국인들이 슬퍼했을 때 태어나 모친은 “슬프고도 기쁜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린 양 자신도 이날 태어났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어릴 적 친구 사이로 15년 전 뒤늦게 재혼해 행복한 노후를 함께하던 70대 부부의 생사도 갈라놓았다. 더원 수토더드(76)는 부인 메이비가 좋아하는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의 행사장을 함께 찾았다가 범인이 쏜 총탄에 숨졌다. 총성을 듣자마자 부인을 몸으로 보호해 부인은 다리에만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메이비는 사건 현장에서 남편에게 작별의 말을 건네는 슬픈 이별을 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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