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종편)채널 사업자들의 추가 특혜 요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발전기금(발전기금) 징수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에서 심의의결은커녕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안을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할 뿐 아니라 방통위를 향한 의혹의 불씨를 더욱 키우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10일 방통위가 발전기금 징수를 유예하려 한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최 위원장이 7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전기금 얘기가 나오자 유예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원론적으로 가능성을 언급한 수준이었으며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은 발전기금을 정해진 요율대로 내고 있는데 종편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며 "종편에 대해선 발전기금 징수를 유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기금은 방송 사업자가 광고매출액의 6% 범위에서 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의 분담금이다. 방통위는 매년 사업자별 징수율을 정해 고시하는데 2010년 징수율은 MBC SBS가 광고매출액의 4.75%, KBS EBS는 3.17%, 지역 MBC와 민방은 3%, 라디오는 2.5%였다.
방통위가 사업자의 경영 상황을 고려해 징수율을 낮추거나 유예할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신규 사업자들에게 승인장을 교부하기도 전에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 1기 방통위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새로 출범할 2기 방통위가 결정할 발전기금 문제를 현 위원장이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인 양문석 위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방통위는 합의제 원칙의 위원회 구조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떤 정책이든 5명의 상임위원들이 심의의결하지 않으면 의미없는 잡음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방통위 핵관(핵심 관계자)이라는 타이틀로 방송ㆍ통신 정책에 대해 심의의결되지 않은 사안을 왈가왈부한다면 조사 대상으로 삼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이 종편 관련 특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행정지도를 통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 종편에 대한 이른바 황금 채널 배정을 협의할 것임을 밝혀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일부 SO들이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반발했고 학계에서도 위법성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행정지도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행정지도를 할 만하니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