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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장 지략 싸움…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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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장 지략 싸움… 마지막에 누가 웃을까

입력
2011.01.1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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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벽두부터 은행권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권은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일단 외형은 기존 ‘3강(국민 우리 신한)-2중(하나 ,기업)’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4강(국민 우리 신한 하나) 구도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자산을 대폭 늘리고 새로운 경영스타일까지 가미하면서, 은행권은 이제 5개 은행이 군웅할거하는 사실상의 전시체제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지난 2년간 ‘방어모드’에서 벗어나, 금년부터 본격적인 영업강화에 나설 예정이어서 5개 은행은 이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치열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은행대전’을 앞두고 새로운 총사령관 진용이 구축되었다는 점. 지난 해 하반기 국민은행의 민병덕 행장이 취임한 데 이어, 경영진 내분으로 홍역을 치렀던 신한은행은 서진원 행장을 지난해 말 맞이했다. 기업은행 역시 사상 첫 공채 출신 내부CEO인 조준희 행장이 지난 해 말 임명됐다.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는 행장은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 뿐. 1년 새 5대 은행의 사령탑 가운데 3명이 달라진 셈이다.

전쟁은 무릇 장수의 싸움이자, 전략의 싸움이다. 과연 은행대전에서 5명의 사령탑은 어떤 전술로 임할지, 이들의 스타일과 전투스타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지, 새해 벽두부터 금융권의 관심은 이 흥미진진한 대결에 쏠리고 있다.

토종의 대결

5명 은행장의 공통점은 모두 내부 출신이란 점. 관료출신이 독식해오던 기업은행까지 토종CEO로 바뀌었다. 이종휘 행장은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금융 설립 이후 첫 내부출신 은행장에 올랐다.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공채 출신으로 최초로 은행장까지 오른 인물들이다. 서진원 행장도 1983년 신한은행에 합류해 ‘신한의 원년 멤버’로 인정받고 있고, 김정태 행장도 하나은행 출범 직후인 92년에 합류, 김승유 회장과 함께 하나은행 신화를 이끌어왔다.

모두 내부 출신이다 보니 누구보다 자기 은행사정에 밝다. 외부출신이 거쳐야 할 적응기간 없이, 곧바로 실전(實戰)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모두는 30년 이상 뱅커 외길을 살아오면서, 은행권 사정을 또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연령대로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엇비슷하다. 서로의 ‘패’를 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내부 출신들로 짜여진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모두 내부조직 장악력이 강한데다 서로의 전략을 잘 아는 만큼 지략싸움이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스타일

비슷한 점도 많지만, 5명의 은행장들은 스타일에서만큼은 확연히 다르다.

우선 민병덕 행장과 김정태 행장은 전형적인 현장 영업통 출신. 굳이 따진다면 ‘용장(勇將)‘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다. 민 행장은 81년 입행 이후 영업현장에서만 30년을 뛰어온 국민은행 대표 영업맨이다. 김 행장도 하나은행에 내에서 영업에 관한 한 그를 따를 인물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스스로도 “나는 전형적인 야전형 CEO다”고 공언할 정도다.

이 점에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승부처를 영업력 강화에 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민 행장 취임 이후부터 현장영업강화를 제1목표를 내걸고 행내 인재와 영업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고객저변확대에 총력을 다 한다는 구상이다.

이종휘 행장과 조준희 행장은 분류하자면 덕장(德將) 스타일. 은행장 중 최고의 경륜을 갖춘 이 행장은 ‘조용한 리더십’과 ‘내부소통능력’이 강점인데,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제약 속에서도 경영안정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행장도 공채출신 행장에 대한 내부기대가 워낙 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취임 직후 무리한 영업 캠페인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만큼 현장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진원 행장은 신한의 문화 교육을 기획하고 지주 전략 부사장으로 LG카드 인수를 성공시키는 등 전략ㆍ기획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영진 내분에 따른 균열상황에도 불구, 워낙 신한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전략이 많아 그를 통한 ‘옛 영광’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한계와 과제

5대 은행장 ‘은행대전의 승리는 나의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저마다 취약점도 가진 것이 현실.

당장 이 행장과 김 행장은 올해 연임 여부가 달려있어 리더십 유지가 경영목표 달성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진행에 따라 연임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고, 김 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 행장도 ‘관리형 CEO’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경영 스타일을 정립할 수 있을 지가 관건. 특히 장기간 누적되어 온 비효율을 어떻게 털어 내느냐 도 숙제다.

서 행장은 그룹을 총괄할 지주회장 인선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누가 지주CEO가 되느냐에 따라 그의 활동반경은 넓어질 수도 혹은 좁아질 수도 있다는 평가다. 조 행장은 비관료 출신 국책은행장으로, 정부와 국회 등 유관기관들과 관계를 매끄럽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올해 은행대전의 관전포인트로 ▦신한은행이 얼마나 내분 후유증을 털어내고 옛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가 ▦국민은행이 구조조정을 성공해 리딩뱅크 자리로 복귀할 것인가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뒤숭숭한 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리은행은 CEO임기가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 ▦기업은행은 경제위기 때 활용한 강점들을 경기 정상화 국면까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등으로 꼽았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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