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군비 경쟁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 직전 적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 공개로 위용을 과시하자, 게이츠 장관은 중국의 군사 능력을 평가절하 하는 동시에 미국의 국방력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중 간 대화 무드 속에서 양국이 칼끝을 소매에 숨긴 형국이다.
미중 양국의 신경전은 10일 시작된 게이츠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오히려 최근에 치열하게 전개됐다.
우선 미국이 6일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국방예산을 대거 감축, 5년 간 78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게이츠 장관은 당시 "국방부는 2015년까지 물가상승률만 반영해 예산을 책정하고 그 밖의 예산 증액 요청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러자 중국은 마치 나 보란 듯이 7일 청두(成都) 공군기지에서 자신들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 시험운행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에 앞서 미 해군 항공모함에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항모 킬러' 둥펑(東風) 21-D 중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러자 게이츠 장관의 말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이츠 장관은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를 완전히 운용하려면 2020년이나 2025년은 돼야 한다(미 CNN)"고 했었다. 또 그는 9일 중국에 도착하기 직전 전용기 내에서 "(젠-20 전투기가) 얼마나 레이더망을 잘 피할지(how stealthy) 의문"이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게이츠 장관은 동시에 "중국의 군사력 향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우리는 (중국 군사력 향상에) 주목하고 있으며 우리의 독자적 계획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신문은 또 게이츠 장관이 미 국방부가 2009년 개발을 중단한 신형 장거리 핵폭격기, 해군의 신형 미사일 전자방해 장비(eletronic jammer) 개발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F-35) 통합공격전투기(Joint Strike Fighter)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언급했다"고 NYT는 전했다. F-35는 스텔스 기능을 갖췄고, 공대지ㆍ공대공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어 통합공격전투기로 불린다. 그런데 대당 가격이 1억5,000만 달러에 이르러 도입이 늦춰지는 상황이었다. 게이츠 장관이 세 가지 무기 개발을 언급한 것은 다분히 중국 견제용으로 해석된다.
특히 게이츠 장관은 "미국이 금융위기 때문에 군사력을 줄일 것이라고 중국 지도자들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도 말해, 중국과의 추가 신경전도 예고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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