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인천 연수구 동춘동 한국가스공사 인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제2부두. 브루나이에서 온 10톤 급 '아바디'(ABADI) 호에서 저장 탱크로 LNG를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현장 관계자는"연일 계속되는 추운 날씨에다, 기름 값도 올라 LNG 사용량이 늘면서 눈 코 뜰 새가 없다"며 "여름이면 한 달에 10척 남짓한 들어오는 배가 이 달엔 일주일 만에 벌써 다섯 척째"라고 말했다. 이 날 인천터미널에서 전국으로 공급한 LNG 양은 16만5,513톤. 하루 공급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가스공사는 이달 만 23척의 LNG 공급선이 인천터미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LNG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기름의 대체제로 유용하기 때문. LNG는 도시가스와 발전용으로 나뉘는 데, 특히 발전용의 경우는 기름 값이 올라가면 중유를 대신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중유 가격이 100이 오르면 LNG 가격은 70정도 상승한다"며 "LNG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에 비해 '켰다 끄는' 비용과 건설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도시가스수요도 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LNG 가격도 원가 연동제를 재개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5.3% 증가했다.
문제는 LNG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 LNG는 개발 프로젝트마다 수 십 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LNG는 가스전에서 액체로 바꾼 뒤 배에 싣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액화공장 한 곳을 짓는데 보통 10조~20조원이 든다. 여기에 가스전 개발, 파이프라인 건설까지 해야 한다. 때문에 가스전 개발 때부터 구매자를 확보해야 하고, 보통 3~4년 전부터 장기 계약을 통해 공급이 이뤄진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보통 수요량의 85%는 장기 공급 계약으로, 나머지는 국제 현물시장에서 확보하기 때문에 현물을 놓고 매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가스공사 관계자는 "다행히 지난 2년간 겨울에 미국이 LNG 대신 일종의 천연가스인 쉘가스 사용을 늘리면서 미국으로 갈 물량이 풀려 현물 마련에 숨통이 트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공급자들이 공급량을 줄이고 있어 올해 말부터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가 발표한'제10차 장기천연가스 수급계획'에는 '구매자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에서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LNG시장은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며 "정부 계획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LNG 물량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해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또 연 평균 2.3%, 발전용 1.1%씩 LNG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2024년까지 강원 삼척기지 건설 등을 통해 712만㎘의 저장 용량을 1,536만㎘로 늘리는 등 시설 투자에 8조원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과 엇갈리는 부분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LNG발전 비중은 줄더라도 2016년까지 54개 시ㆍ군에 추가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등 LNG 공급량은 꾸준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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