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30일, 김진우(28)는 3년1개월 만에 다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머쓱한 표정으로 광주구장 1루 덕아웃 앞에 선 김진우는 동료들에게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동료들은 "잘 왔다. 같이 가자"며 김진우의 넓은 등을 토닥거렸다.
2007년 8월초 "야구가 싫다"며 홀연 야구를 떠났던 김진우가 올해 4년 만에 복귀한다. 지난해 가을 그라운드로 돌아온 김진우는 오는 14일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김진우의 복귀 프로젝트는 스프링캠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김진우는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떨리지만 기대된다
"사실 엄청나게 떨리고 긴장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돼요." 김진우는 신인이던 2002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말은 아낄 겁니다. 야구장에서 몸으로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니까요"
만 3년 동안 야구를 떠났던 김진우. 그도 어느덧 서른을 코앞에 두게 됐다. "벌써 입단 10년째가 되네요. 손에 쥔 것은 없는데 스물아홉 살이라니…. 하지만 후회하면 뭐합니까? 지금부터가 중요하죠."
선발 복귀? 중간계투도 만족
김진우는 현재 몸 상태가 한참 좋았을 때의 70% 정도라고 했다. 체중은 113㎏으로 4년 전이랑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체력이나 어깨 근력 등은 아직도 모자란다. "제가 보직을 언급할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목표도 구체적인 수치로 말하기는 곤란하죠. 솔직히 선발투수로는 준비가 부족할 수도 있어요. 중간으로 나간다면 홀드를 챙기는 데 전념할 겁니다."
돈보다 야구 욕심
2002년 계약금 7억원(역대 공동 2위)을 받고 입단한 김진우는 2007년까지 대략 10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4년 전 돌연 야구를 그만 둔 탓에 지금은 가진 게 많지 않다. "돈 욕심이 있었다면 야구를 그만두는 일도 없었겠죠. 또 돈을 벌려고 했다면 다시는 야구를 안 했을 겁니다. 4년 전 야구를 떠났던 것은 야구가 갑자기 싫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야구가 죽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돌아온 겁니다."
팬들에게 진 빚, 마운드에서 갚는다
김진우의 복귀 소식이 전해진 뒤 한 팬은 KIA 홈페이지 게시판에 "몸이 너무 안 좋았는데 김진우 선수가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건강이 많이 회복됐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많이 울었습니다. '아직도 김진우를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구나'라고 생각하니 울컥했습니다. 야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팬들에게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던질 겁니다. 죄송했고, 감사했습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