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사무처장을 지낸 공정거래위원회 전직 간부가 김동수 위원장 취임 이후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공정위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허 선(59ㆍ사진) 전 공정위 사무처장은 10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메일에서 "공정위는 물가를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며 "신임 위원장의 물가관리 방침은 임명권자에 대한 정치적 충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물가억제와 관련된 정책수단도 없고 가격을 내리라고 지시할 권한도 없는 공정위가 나서면, 기업은 공정위가 다른 무기(규제수단)를 동원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물가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게 되면 카르텔 규제 등 공정위 본연의 업무가 위축될 것이라는 논리다.
허 전 처장은 이미 1일과 5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위 정책방향이 너무 엉뚱해서 큰일이다. 길게 보면 명백한 재앙이 분명한 것을 그냥 놔둘 수 없다"는 등 '물가기관'으로 자임하고 나선 공정위의 방향 전환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게재한 바 있다.
전직 선배의 고언에 대해, 공정위의 한 국장급 간부는 "여건이 바뀌면 집중해야 할 분야도 달라질 수 있다"며 "벌써부터 공정위가 물가 때문에 본연의 업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이치에도 맞지 않으며 성급하다"고 반박했다.
행시 17회인 허 전 처장은 경쟁국장이던 2004년 소프트웨어 끼워팔기를 이유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참여정부 시절 재계와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그는 현실 정치에도 관심이 많아 한때 자천타천으로 연고지인 전남 순천시장 출마설도 나돌았는데, 현재는 법무법인 화우의 선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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