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인식이 급기야 여당 지도부로까지 번졌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어제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정 후보자가 19ㆍ20일의 인사청문회를 넘기기 가 어려워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여당의 눈길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개각 때도 따스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만 해도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후보자들에 대한 '부적격' 지적은 여당 지도부 일각에서 거론됐을 뿐, 김 후보자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였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보기도 전에 여당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의 반발은 그 배경이 비교적 단순하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분명히 확인된 '탈 여당' 여론이 그 뒤로도 차단되지 않고 확산돼 특히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지지기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친 서민' 정책도 이 대통령과 여당 전체의 지지도 유지에는 효과를 냈지만, 수도권의 '탈 여당'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돌려놓진 못했다.
따라서 여당이 공식화한 '청와대와 거리 두기'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지나치기 어렵다. 지난 정권에서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을 타고 기세를 떨치다가 정권 말기에 소속 의원들이 앞을 다투어 청와대와 거리 두기로 치닫던 모습과 흡사하다. 이런 장면이야말로 조기 권력누수에 다름 아니며, 2년이나 임기가 남은 MB 정권의 동요가 본격화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인식돼 마땅하다.
이번 문제를 두고, 지난해 청와대가 검증항목까지 늘리며 다짐했던 인사검증 시스템 강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 인선은 내부적 검증 절차의 엄밀성이나 충실 여부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눈앞에 드러난 권력누수 현상도 감사원장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자성보다 개인적 신뢰를 앞세운 이 대통령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미 터졌고, 정 후보자나 청와대의 수습 절차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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