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표적으로 연일 ‘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10일에는 급기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급식 실시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벌이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오 시장의 전격 제안에는 무엇보다 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서울시의회에 더 이상 끌려 다니면 남은 임기 3년 반 동안 시정을 정상적으로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하나에 발목이 잡혀 교착상태에 빠진 서울시정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서울의 미래와 시민의 삶이 무참히 외면당하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투표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 차원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오 시장은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국형 복지’와 차별화된 자립 및 자활을 강조하는 ‘서울형 복지’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욱 시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여권 내 박근혜 대항마로 거론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시의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한 주민투표를 제안해 놓고 시민들이 직접 청구한다는 시나리오는 짜고 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 직에 변동이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 거기까지 답하기는 이르다. 시의회에 제안의 동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책사항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제주도 행정구조개편과 충북 청주시-청원군 통합,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결정 등 세 차례가 있었지만, 서울시에서는 실시된 적이 없다. 시의회는 재적의원(114명)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시장에게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직권으로 실시하려 해도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전체 의석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의회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20분의 1 이상이 서명을 통해 지자체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청구하면 된다. 서울의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가 836만83명이기 때문에 5%인 41만8,005명이 서명하면 가능하다. 다만, 오 시장은 현행법상 공무원으로서 청구인 대표자가 될 수 없고, 서명활동에 관여할 수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동 별로 1,000명만 서명을 받으면 추진할 수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추진의지를 밝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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