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방송통신위원회)의 전문의약품 방송광고 허용 추진 방침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방통위가 그간 방송광고 금지의 주 이유였던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채 권언유착 의혹이 짙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의 이익만을 보장하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국민건강을 책임진 보건의료단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4개 보건의료단체는 10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방송광고를 허용하면 ‘의사가 된’ 환자가 특정 전문의약품을 요구함으로써 의사 고유권한인 처방권이 훼손되고, 인지도가 높은 의약품만이 처방됨으로써 의약 시스템이 송두리째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문의약품 처방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데, 광고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으로 국민 건강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 제약사 광고비 증가는 곧바로 약값에 반영돼 결국 환자 부담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폐해에도 불구, 광고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방통위가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시장논리와 규제완화만을 앞세워 종편 사업자를 먹여 살리려는 의도라는 게 이들 단체의 분석이다. 실제로 전문의약품은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약사법과 방송광고심의규정 등에 의해 엄격하게 대중광고를 금지해 왔다.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한국제약협회도 내심 반대하는 눈치다. 방송광고 허용은 대부분 중소업체인 국내 제약사에겐 마케팅 비용 증가로 약가 상승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계 대형 제약사들에게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방통위 방침에 대해 국민건강을 종편에 팔아넘기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은 11일 예정된 ‘전문의약품ㆍ의료기관 광고허용 관련 긴급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 광고는 엄중히 규제하고 있는데, 방통위의 방송광고 허용은 국민건강을 해치고,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행위”라며 “약물 오남용을 심화시키는 광고를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전문의약품 방송광고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살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소비자에게 광고한다는 게 기본적으로 맞지 않으며, 약값 상승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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