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0일 하루 종일 날 선 발언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포문은 곽 교육감이 열었다. 아침 출근길에 트위터를 통해 “내가 낸 세금으로 왜 부자급식까지 해야 하느냐는 주장은 부자도 납세자이자 시민이라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산층에게 부자 질시를 교사하는 망국적 포퓰리즘 언어”라고 주장했다. 아침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이었지만,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모는 서울시의 공세에 대한 반박으로 읽혀졌다.
이에 오 시장은 당초 10시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보류한 채 11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반격을 시작했다. 오 시장은 축사 중간에 “최근 복병을 맞아 설왕설래가 있지만 교육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과 욕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뒤 귀빈 중 가장 먼저 자리를 떴다. 황급히 서울시로 돌아온 오 시장은 연기했던 기자회견을 오후에 전격적으로 다시 열어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과 같은 시간 기자간담회를 갖던 곽 교육감은 오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 소식을 접하고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곽 교육감은 “이미 서울교육청은 초등 1~3년 3개 학년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친환경 쌀을 급식에 사용할지 같은 구체적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런 와중에 무상급식 시행 자체를 토론하는 것은 학교현장의 혼선만 초래할 뿐”이라고 밝혔다.
교총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충돌을 지켜본 국회 변재일(민주당) 교육과학위원장은 “교육정책이 창의 인성 교육이라는 교육목적에 충실한가를 보지 않고 보수냐 진보냐 만으로 편가르는 이념투쟁의 장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많다”고 밝혔다. 진동섭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이날 행사는 신년교례회가 아닌 교육계 토론장 같다”고 씁쓸해 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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