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대상 인사들 줄줄이 불어… 보석 노리고 檢에 협조 시각도
함바집 비리 사건이 건설업계의 고질적 관행에서 고관대작의 연루 의혹을 낳는 '게이트'급 사건으로 확대된 데는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의 심경 변화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기사건으로 고소ㆍ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유씨가 갑자기 판도라의 상자 같은 입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인맥과 금품 수수로 함바집 이권 장사를 해왔던 만큼 자신의 뒤를 봐주던 인사들을 검찰에 줄줄이 불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뜻과 같다.
유씨 심경 변화의 배경으로는 우선 자신의 '관리' 대상이었던 인사들에 대한 배신감을 꼽을 수 있다. 20여년 전부터 경찰조직 내에 인맥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그 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자신에게 4,000만원을 주며 해외 도피를 종용한 사실까지 검찰에 진술한 대목에서는 그가 느낀 섭섭함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유씨는 여러 고위 층에 "도와줄 수 없느냐"며 구명활동을 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 문제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씨는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에도 시달려, 병 보석을 노리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서울동부지법은 함바집 비리 사건이 정ㆍ관계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되는 데 부담을 느낀 때문인지 6일 유씨의 보석 신청을 기각, 이마저도 유씨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자백을 하면 형벌 감경을 해주는 일종의 플리바기닝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함바집 사건 수사 방향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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