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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66> '풀잎'의 시인 휘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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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66> '풀잎'의 시인 휘트먼

입력
2011.01.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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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Whitman. Walt, 1819~92)은 김삿갓과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함께 세계 3대 혁명 시인으로 불린다. 무명의 신문기자였던 그는 자비로 출판한 얇은 시집 <풀잎> 을 내면서, 일상적 인간과 솟구치는 생명의 맥박을 제한 없이 표현하는 자유시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야성적 문체로 오만 가지 복잡한 생활상을 그리고, 속어와 비어 등 일상용어를 대담하게 그려내고, 되풀이하여 나열하면서도 권태를 모르고 전진하는 출렁이는 리듬 속에서, 그의 시는 나무처럼 가지를 뻗고 뿌리를 내리는 생명으로 자랐다.(이창배; <휘트먼의 시세계> )

한 아이가 두 손에 가득 풀을 가져오며 "풀은 무엇입니까?" 하고 내게 묻는다.

내가 어떻게 그 아이에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애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그것이 필연 희망의 풀 천으로 짜여진 나의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니면 그것은 주(主)님의 손수건이거나

신이 일부러 떨어드린 향기 나는 기념의 선물일 것이고

소유주의 이름이 구석 어디엔가에 들어 있어서 우리가 보고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추측한다. 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 것이라고.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6', <풀잎> , 이창배 옮김).

이 시에서 시인은 풀잎이 바로 어린아이이고 신의 구현자일 것이라며 신성시하고, 이런 자연관과 인간관에서 짐승과 인체를 한 가지로 찬미한다. 이런 범신론적 사상에서 '나' 스스로를 노래하고 인생을 긍정하고, 이 생각과 호흡에 맞는 자유로운 생명의 자유시를 써냈다. 휘트먼의 시는 생명의 자유로운 호흡으로 김삿갓의 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삶에 대한 긍정과 본능의 해방이라는 삶의 찬미와 자유자재의 형식적 파격에서 김삿갓과 휘트먼은 동시대 세계 시단의 혁명아로 이시카와 다쿠보쿠와 함께 시대적 평가를 받았다.(이응수; <세계 시단 3대 혁명가, 화이트만, 石川啄木, 金笠> , 中外日報, 1930)

19세기 초반,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은 에머슨(Ralph Wald Emerson, 1803-1844)의 <자연론> 에 휘트먼이 자연 그대로의 인간 찬미로 대답했고,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숲의 생활> 도 거의 동시대에 이루어졌다.

시집 <풀잎> 은 이것이 "'바가바드기타'와 '뉴욕 트리뷴'지의 혼합"이라는 에머슨의 비평 이후에, 동양사상과 비교하는 연구가 크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풀잎> 의 머리말은 그의 문학과 사상을 요약했다고 할 만하다.

"자연을 사랑하라. 부(富)를 경멸하고 필요한 모든 이에게 자선을 베풀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용하라. 신(神)에 대하여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대하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의 생애를 둘러싼 모든 자연을 음미하라."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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