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플레이어의 '살아있는 전설' 김기동(39ㆍ포항)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500경기 이정표'를 향해 뛴다. 지난해까지 프로 18시즌을 뛰면서 통산 481경기 출전을 기록하고 있는 김기동은 올 시즌 황선홍 신임 감독이 부임한 포항에서 전력의 한 축으로 분류됐다.
플레잉코치가 아닌 선수로 포항과 1년 계약에 합의한 김기동은 지난해 벤치 설움의 아픔을 털고 500경기 목표를 향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김기동은 9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감독, 구단과 협의를 거쳐 1년 더 현역으로 뛰기로 했다. 감독도 교체된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39세의 나이인 김기동은 운동선수로는 이미 환갑도 넘어섰다. 그러나 산전수전에 이어 '공중전'까지 치른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의 K리그 정상 도전에 보탬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여전히 후배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김기동은 지난 2009년 9월16일 피스컵 결승 부산과 경기에서 골을 터트려 K리그 역대 최고 득점을 37세244일로 늘인 바 있다.
그는 "개인적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이 먼저다. '김기동이 뛰면 팀 플레이가 매끄러워진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팀 플레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에서 최선참인만큼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의 가교 노릇도 충실히 할 것임을 다짐했다. "코칭스태프가 바뀐 만큼 그동안 포항의 분위기를 모를 수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충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돕겠다."
500경기 출전 목표는 필드 플레이어(골키퍼로는 535경기의 김병지가 최다) 최초의 도전. 그러나 김기동은 '불편한 기록 달성'은 거부했다. 그는 "황선홍 감독과는 1991년 포항제철 입단 동기다. 당시 아마추어 팀에서 1년 동안 함께 훈련도 하고 룸메이트도 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친분으로 감독에게 '기동이 기록을 채워줘야 할 텐데'라는 스트레스를 주고 싶진 않다. 주위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경기력으로 경쟁력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동은 지난해 주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은퇴도 심각하게 고려한 바 있다. 지난해 13경기 밖에 뛰지 못했던 그는 "충분히 잘 뛸 수 있는데 주전에서 제외돼 납득하기 힘들었다. 팀 성적이 좋았다면 이러한 부분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굳이 선수생활을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힘이 빠져 있던 '철인' 김기동을 일으켜 세운 건 팬들의 목소리와 자신을 동경하는 후배들의 시선이었다. 그는 "작년에 '김기동이 들어가면 경기력이 좋아지고 진 적이 없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있어 1년을 버틸 수 있었다. 또 후배들에게'필드 플레이어도 오랫동안 운동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돼야겠다는 사명감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축구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김기동의 절박한 의지가 '철인의 부활'을 넘어 '용광로 축구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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