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조속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하는 등 연일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적정 시점에 남북대화가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남북 당국간 회담 개최를 역으로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부는 ‘조건 없는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북한에 대해 핵 문제와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을 의제로 삼자는 것을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처럼 북한이 수용하기 난처한 대화 조건을 제시하려는 것은 북한의 대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간 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을 기점으로 남북 기류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담화에서 “북남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공식 제의한다”며 매우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대화 제의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우리 정부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화 조건을 역제의하려는 것도 이런 북한의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는 제2차 핵실험 이후 조성된 국제적 고립 해소를 겨냥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담 재개 조건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원하는 상황도 북한을 대화로 이끌고 있다. 북한으로선 이번 대화 제의를 통해 도발적인 모습에 변화를 주고, 경제적 도움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조평통이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하는 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 개성공단 회담 재개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북한의 속내가 의심스러운 대목은 한두 곳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5일 ‘남북 당국 대화’ 촉구 성명의 연장선에서 8일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 사실을 당국간 공식 채널이 아닌 통신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도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회담 개최를 제의했을 뿐 우리 정부 앞으로 전화통지문 등을 보내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북한의 태도로 미뤄볼 때 이번 대화 제의 역시 평화 공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선뜻 대화에 나설 경우 정부로선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자칫 대화 경색의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역제안 등을 통해 북한의 진의가 확인되면 남북회담 추진 여부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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