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증시 흐름이 달라졌다. 주가 상승추세는 여전하지만 코스피와 대형주 위주의 상승을 예상한 것과는 달리, 코스닥 종목이 훨씬 강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9일 500선에 재진입한 뒤 7거래일 연속 상승, 7일 현재 530선으로 올라섰다. 불과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들어 상승률도 코스닥(3.9%)이 코스피지수(1.7%)를 크게 앞서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건 매수 주체의 변화다. 지난해 코스피 대형주만 사들였던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7일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51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450억원을 순매수,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들였다. 6일에는 무려 556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이렇게 많은 주식을 사들인 건 2007년 5월(636억원) 이후 3년8개월만이다.
예상치 못한 코스닥의 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치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랠리의 본격 시작이다'라는 공격적 전망부터 '일시적 순환매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하면 코스닥이 강세를 보였다"며 "경기회복 기대감과 저평가 매력이 맞물리며 코스닥으로도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양증권 임동락 연구원도 "코스피 기업의 이익 전망은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코스닥 및 중소형 우량주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코스닥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랠리 주도업종 및 종목에 대한 전망도 잇따르고 있는데, '삼성그룹 수혜주'가 대표적이다. 우리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태양광, 풍력 관련 종목과 삼성그룹 설비투자 확대의 수혜 종목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김동하 연구원도 "신재생에너지 등 정책 테마주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 되는 종목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30% 이상으로 예상되고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8배 미만인 에스맥, 이라이콤, 톱텍, 고영, 인탑스 등을 추천했다.
한편, 상당수 전문가들은 코스닥 강세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저평가 매력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며, 중장기 시각에서 본다면 여전히 코스피 대형주에서 초과 수익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B투자증권 김수영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많이 올라 앞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진 대신, 지난해 부진했던 코스닥 및 중소형주로 관심이 쏠렸다"며 "뚜렷한 주도주가 없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며 외국인도 코스닥 대형주를 편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증시 수급을 주도하는 외국인과 연기금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공략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주도의 수급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코스피 우세는 바뀌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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