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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장관 논술 축소요구 앞뒤가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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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장관 논술 축소요구 앞뒤가 안 맞는다

입력
2011.01.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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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학에 입시 논술비중을 줄여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나섰다. 7일 대학교육협의회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사교육을 최소화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목표인데 논술은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렵다", 따라서 "입시전형에서 논술비중을 최소화해 달라"는 얘기다.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 대부분을 겨냥한 이 장관의 요청은 이미 단순한 주문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말 대입시에서 논술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정부의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쪽으로 관련 규정을 변경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의 예산 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각 대학으로서는 논술비중 축소 외에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게 됐다.

하지만 사교육 억제를 위한 이 장관의 '묘책'을 환영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당장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총장들의 반응부터가 그렇다. 한 참석자는 "논리적이고 고차원적인 인재를 뽑으라고 논술 강화를 독려했던 정부가 이제 사교육 억제를 위해 논술비중을 줄이라고 한다"며 "이게 대학자율화냐"고 반발했다. 다른 참석자 역시 "어떤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이 장관의 논술비중 축소 요청은 그 동안 대학 자율 확대를 금과옥조처럼 주장해온 그가 대학 자율의 핵심인 입시문제를 스스로 흔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더욱이 그 이유가 순수한 교육적 논리가 아니라 사교육 억제라는 교육 외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논술은 지난 10년간 대입시에서 변별력을 높이는 수단이었고, 교육현장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인식과 사고, 표현의 근간으로서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초ㆍ중학교에서도 관련 교육이 강화된 게 큰 성과다. 영국이든 미국이든, 선진국치고 학생 교육에서 글쓰기(Writing)를 소홀히 하는 나라는 없다. 사교육이 걱정되면, 학교에서 효과적인 논술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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