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해커를 고용해 경쟁 사이트 100여 곳을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무력화시킨 ‘사이버 조폭’ 일당이 적발됐다. 범행을 주도한 사이트 운영자는 실제 조직폭력배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짜고 다른 사이트들에 디도스 공격을 가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법 위반)로 서버 임대업자 이모(32)씨를 구속 기소하고, 해커 박모(3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인천 폭력조직 ‘석남식구파’의 조직원 염모(34)씨 등 달아난 4명은 기소중지, 염씨 등에게 고용돼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의 패를 보면서 승부를 조작한 4명은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도박 사이트 ‘B게임’을 공동운영하는 염씨와 임모(34ㆍ수배 중)씨는 경쟁 사이트들을 다운시키기 위해 디도스 공격을 하기로 하고, 사이트 관리업체 R사를 운영하는 이씨와 해커 박씨에게 공격용 서버 10대, 중국에서 구입한 좀비PC(악성코드가 설치된 감염PC) 5만여대의 목록을 제공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15일까지 매일 1~2시간씩 경쟁 도박 사이트 109곳에 디도스 공격을 가해 마비시켰다. 이들은 메신저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수시로 연락하며 공격 대상 사이트를 지목해 마비시키는 등 주도면밀한 범행 수법을 썼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또 “디도스 공격에서 안전한 우리 서버를 쓰라”고 유명 구직 사이트 J사에 제안했다가 받아들이지 않자 이 회사의 서버를 디도스 공격한 혐의도 받고 있다. J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월 3,200여만원을 주고 새로운 서버 임차계약을 맺기도 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그 동안 디도스 공격 전문가들이 사이버 청부 폭력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무성했는데, 실제 조폭들이 이 같은 신종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을 밝혀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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