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치러지는 제46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대형 로펌 대표 출신 변호사와 단독개업 변호사의 대표주자 격인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출사표를 던져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력과 성향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두 후보가 경쟁하고 있는데다 2012년 로스쿨 수료생 첫 배출, 법률시장 개방 등 변호사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도 많아 어느 때보다 변협 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9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차기 변협 회장 선거는 신영무(67ㆍ사법시험 9회) 법무법인 세종 고문변호사와 하창우(57ㆍ사법시험 25회)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의 대표를 지낸 신 변호사는 풍부한 법조 경력과 연륜이 장점이다. 1975년 세종을 설립해 굴지의 로펌으로 키운 그에게는 ‘CEO형 변호사’라는 수식이 따른다. 금융ㆍ증권 부분에 해박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법조계는 물론 정ㆍ재계에도 발이 넓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오랫동안 개인사무실을 운영해온 하 변호사는 중소 로펌은 물론 소규모 법률사무소의 현실 등 변호사들의 고충에 밝다는 평. 서울변호사회 총무이사와 변협 공보이사를 거쳐 2007~2009년 서울변호사회장을 지내면서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해왔다. 지난해에는 ‘스폰서 검사’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선거전이 한창인 가운데 두 후보는 각자 장점 부각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로스쿨 문제와 관련해 신 변호사는 “엄정한 시험 관리를 통해 로스쿨 졸업생이 일정 수준의 자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이들이 각종 직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하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로스쿨 정원의 절반 이하로 하겠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양 후보의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신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전체 변호사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기회”라는 입장. 이를 위해 한국에 아시아중재센터를 유치하고, 국제기구에 변호사 파견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 변호사의 공약은 상대적으로 외국법 자문사의 불공정행위 감시와 손해배상 책임 강화 등 직역이익 보호에 대책의 방점이 찍혀 있다.
이번 선거의 변수 중 하나는 대형 로펌 대표 출신의 출마에 대한 업계 여론의 향배다. 신 변호사는 지난해 말까지 세종의 대표변호사를 지내다 이번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고 고문변호사로 있다. 일각에서 “대형 로펌 출신은 업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업 변호사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법률시장 개방 시대에는 굴지의 로펌을 키운 것과 같은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신 변호사는 “처음부터 대형 로펌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개업 변호사로 출발했기 때문에 양쪽을 다 이해할 수 있다”며 자세를 낮추고 있다.
임기 2년의 차기 변협 회장은 2월 28일 정기총회에서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가 추천한 후보를 두고 대의원 투표로 선출된다. 통상적으로 전체 변호사의 70%가 소속된 서울변호사회의 추천이 사실상 승자를 결정짓는데, 서울변호사회는 오는 31일 회원 투표를 통해 추천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