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물가 억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주말 당정 협의를 갖고 상반기 중 공공요금 동결과 대학 등록금 동결 요청, 전셋값 안정을 위한 소형ㆍ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유치원비 동결, 학원비 인상 억제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11일에는 설 민생 종합대책, 13일에는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어 특별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단속기관을 자처하고 나서는 등 물가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처들까지 충성 경쟁하듯 앞다퉈 물가 잡기에 뛰어들었다.
당정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불안 심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정부가 봇물처럼 쏟아내는 대책들을 선제적 대응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물가 불안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린 데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고환율을 유지하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올랐다. 세계경기의 점진적 회복에 따라 국제원자재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5% 성장률' 목표에 매달려 고환율을 떠받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등 무리수를 둬왔다. 진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성장에 집착하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금리 정상화를 계속 늦추면서 인플레 기대심리만 키워왔다. 5%대 성장을 위해 초저금리와 고환율을 유지하면서 물가도 3%대로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임금은 올리면서 공공요금을 억제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해서 공기업과 지방재정이 어려워지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제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것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공공요금 동결과 단속 강화 등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 잡기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시중에 풀린 돈을 놔둔 채 물가까지 잡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현재의 고환율ㆍ저금리 등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전환을 포함해 유통구조 개선, 공급량 확대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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