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발생 며칠 전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도로를 뒤덮고 이동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2004년 23만여 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당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해일이 덮쳤음에도 야생동물 사체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동물들이 미리 감지하고 고지대로 대피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규명은 안 돼 있지만 동물들이 천재지변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지진이 잦은 일본 등에서는 메기를 지진 예측에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 지난 연말부터 세계 각지에서 새와 물고기 등 동물이 떼죽음하는 기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자연재해를 감지하는 동물의 예지력과는 다른 현상이지만 재앙의 전조가 아니냐는 불안이 지구촌에 팽배하다. 미국 아칸소주 한 마을에서는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31일 찌르레기 5,000여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주민들을 기겁하게 했다. 도로와 주택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새들의 사체는 끔찍했다. 3일 뒤에는 아칸소 강에서 물고기 8만~10만 마리가 죽어 떠올랐다. 찌르레기 집단 추락사는 1주일 사이에 루이지애나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발생했다.
■ 미국만이 아니다. 6일에는 브라질 남부 항구도시 파라나구아 해안에 정어리와 메기 떼가 무더기로 죽어 떠올랐고, 같은 날 영국 켄트 해안에서는 꽃게 4만 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멧비둘기 8,000마리가 하늘에서 죽은 채 떨어졌으며 스웨덴, 뉴질랜드 등에서도 새와 물고기의 떼죽음이 발견됐다. 원인은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아칸소주 찌르레기 죽음이 새해맞이 폭죽 소리에 놀랐거나 벼락이 원인이라는 추정은 다른 곳의 찌르레기 떼죽음을 설명하지 못한다. 요한계시록과 마야력 등에 근거한 지구종말론, 생화학무기 실험 등의 음모론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전문가들은 잇단 동물의 떼죽음이 기괴해 보이기는 하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폭풍, 질병, 살충제, 인공구조물과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조류 떼죽음은 종종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지구종말론은 아니더라도 기후변화나 독성화학물질의 축적에 의한 대재앙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지구환경 생명을 함부로 다룬 인간에 대한 자연의 앙갚음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1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을 생매장한 우리인지라 찜찜한 마음이 더 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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