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붓으로 단 한 번 획을 긋자 기도하는 소녀가 툭 튀어나왔다. 그 뒤로 수십 개의 금빛 불상이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전통 서예와 현대 회화를 결합한 예술 장르 이모그래피(emotion+graphy) 창안자 허회태(54)씨가 2년 만에 국내 기획특별전을 연다. 기존 이모그래피에 빛을 덧입혀 더욱 강렬해졌다.
이번 전시에는 ‘빛으로 빚어낸 이모그래피’로 불리는 작품 3점이 새롭게 공개된다. 유리 거울 석재 등의 재료에 그림과 글씨를 새겨 넣고, 여기에 빛을 비춰 그림과 글씨가 더욱 강하게 살아 움직이게 한 작품이다.
그는 “예술은 보편성이 있어야 하는데 서예는 문자를 매개체로 하고 있어 그 문자를 모르는 세계와는 소통이 안 된다”며 “서예의 문자성을 벗어 던지고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보편적 인간 감성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남 순천시 출생인 허씨는 다섯 살 때부터 서예를 배우기 시작해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어 2005년 이모그래피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했으며,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7개월간 대규모 미국 순회 기획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11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윤당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모그래피 21점, ‘빛으로 빚어낸 이모그래피’ 3점, 전각 52점 등 총76점이 나온다. (02)546_8095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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