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호재로 분양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된 곳으로 알려진 충남 연기군 조치원. 2008년 이곳에서 대거 미분양으로 공급을 중단했다가 올 초 재분양을 계획했던 D건설사는 아직까지 공급일정을 잡지 못하고 미루고 있다. 원래 목표인 1만 가구의 절반을 간신히 분양한 데 이어, 올해에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실제 분양은 일러야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이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가격 반등 신호가 시들해지면서 최근 주요 건설업체들이 1월 중 계획했던 주택공급 일정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시장 회복 신호가 미약한데다가, 연초부터 공공부문이 서울 강남ㆍ서초에 보금자리주택을 쏟아내면서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민간업체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당초 1월 수도권에서 11개 사업장 2,4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현재 이미 6개 사업지 2,089가구가 해당 일정을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6개월 이상 미뤘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보업체도 2011년 분양 물량규모(17만~22만가구)를 지난해 계획물량(25만가구)보다 12~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1월 공급계획을 잡았던 주요 대형 건설사 4곳 모두 다음달 이후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롯데건설이 서울 불광동에서 분양사업을 준비했으나 2월로 연기했고, 경기 안양시 석수동에서 239가구를 공급하려던 현대엠코는 6월로 연기했다. 한화건설도 첫 분양 일정을 4월로 잡고 있다. 동아건설산업 역시 1월 서울 용산에서 공급하기로 한 83가구를 2월 이후 선보일 계획이다.
중소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사의 1월 중 공급 예정 물량도 149가구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2,860가구)의 5% 수준에 그친다. 동익건설은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에서 이달 중 분양할 계획했으나 불투명한 시황을 이유로 2월로 넘겼고, 한원건설도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도시형생활주택 141가구를 2월말 이후에나 내놓을 계획이다. 결국 이달에는 일부 지방업체가 근거지에서 공급하는 소수 물량과, 수도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가 내놓은 공공물량 말고는 신규 물량이 없는 셈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업계가) 시장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고, 특히 이달에는 올해 최대 관심물량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나오기 때문에 민간의 일정이 잇따라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양 일정이 이렇게 자주 연기되면, 공급부족으로 주택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돼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1월의 분양 연기는 일시적 현상이며, 2011년 전체적으로는 거래와 공급이 함께 늘고 가격도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과거에도 부동산 업계는 시장을 민감하게 따라가는 특성을 보였다"며 "연초 시기조정은 있겠지만 전체적인 시장 회복과 맞물리면 공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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