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19명의 사상자를 낸 미국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은 미 정가에도 큰 충격을 준 모습이다. 범행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범인이 현직 연방 하원의원인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을 표적으로 삼은 듯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건 직후 특별성명을 통해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했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급파하는 등 철저한 조사와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기퍼즈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분별없는 공격에 경악한다”며 “공직에 있는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은 모든 공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인지 내주 하원 본회의에서 예정됐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안 표결이 연기되는 등 하원의 모든 정치 일정이 중단됐다.
범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증오’를 부추기는 미국의 정치풍토가 비극을 잉태했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총격 사건의 피해자인 기퍼즈 의원은 지난해 초 건강보험개혁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후 사무실에 돌이 날아드는 등 지속적으로 보수파의 협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주가 최근 미국 내에서 정치적 대립과 분열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전락한 것도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애리조나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데다, 라틴계 불법이민자들이 저소득층 일자리를 싹쓸이 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만 수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애리조나는 미국 정치적 분열상의 그라운드제로(진원지)”라는 AFP통신의 분석은 그래서 이유 있게 들리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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