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손님들을 손가락으로 셀 정도유. 예전에는 자리가 없어 20~30분 기다리기 일쑤였는데….”
충남 예산의 한우음식점 거리인 광시한우마을에서 30년째 한우 고기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만식(54)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구제역이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경기가 한겨울 날씨보다 더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전국 축산농가들의 직접적 피해와 함께 축산과 연관된 산업들의 간접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광객을 끌어 모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던 겨울축제들이 취소되고 한우음식점 거리들은 손님이 뚝 끊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5일장까지 폐쇄돼 소상인들이 생계 걱정을 하고 있다.
먼저 정육업계와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져 일부 도축장들은 도축물량이 크게 줄었다. 강원지역 한 도축장의 경우 구제역 이전에는 하루 평균 소 150여 마리와 돼지 3,200여 마리를 도축했으나 현재는 하루 소 70~80여 마리에 그치고 있다. 하루 영업손실만 7억~8억원에 달한다고 도축장 측은 밝혔다.
도축물량 감소로 축산물 공급이 줄면서 강원 횡성지역에서는 곱창음식점 등 일부가 제때 재료 공급을 못 받아 일시적으로 문을 닫기도 했다.
유명 한우 브랜드를 내걸고 운영하는 음식거리들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강원 횡성지역의 한우전문 매장 매출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우천면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46)씨는 “예전 이맘때는 해맞이 축제와 스키장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이며 한몫을 잡았는데 지금은 개점휴업상태”라며 “손님이 들지 않아 얼마 전에는 들여왔던 고기와 재료들을 모두 폐기했다”고 말했다.
충남 예산 광시한우마을 김모씨는“매출이 하루 수십만원 수준으로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 종업원들을 내보냈다”며 “구제역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상태라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지역경제에 활기를 주던 겨울축제들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또 주요 명산의 등산로가 폐쇄돼 관광객이 줄면서 업계의 속앓이도 커지고 있다.
구제역이 가장 먼저 발생했던 안동의 경우 하회마을 입장객이 지난해 8월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한달 평균 15만명선에서 12월에는 2만6,000여명으로 급감했다.
강원도내에서는 8일 개막할 예정이던 인제 빙어축제가 전격 취소됐고 국내 최대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개막을 15일로 연기했지만 관내에서 구제역이 추가 발생하면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축제가 취소되면 군이 이미 집행한 예산 37억원과 펜션 예약취소 등 당장 1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가평군도 지난해 8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아 1,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낸‘자라섬 겨울 씽씽축제’개최를 포기했다.
소백산 등 국립공원과 경북 울진 온천지구 뒷산 등 주요 관광지 등산로가 폐쇄되자 관광버스 업계와 지역상인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스키장도 입장객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울상이다. 무주리조트 인근 한 스키대여점 주인은 “종전에는 주말, 주중 구별 없이 붐벼서 한겨울 벌어 일년을 먹고 살았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손님이 뚝 떨어져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박은성기자 esp7@hk.co.kr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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