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는 두고두고 기억될 명승부로 꼽힌다. 삼성과 맞닥뜨린 두산은 최종 5차전까지 매 경기 1점차 승부를 벌였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 야구의 재미를 바닥까지 파헤쳐 팬들 앞에 내놨다.
그러나 한쪽은 울 수밖에 없는 게임. 두산은 연장전 빗맞은 안타로 눈물을 쏟았다. '아름다운 패자'라며 줄을 잇는 박수도 위로가 될 리 없었다. 2007년부터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고도 끝내 우승에 다다르지 못했고, 2009년에도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한 두산이다.
작년 10월13일 플레이오프 5차전 후 87일째인 7일. 두산이 다시 뭉쳤다. 새해 들어 첫 소집이다. 두산 전 선수단은 이날 잠실구장에 모여 포토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한 명씩 팬북에 들어갈 사진을 찍고, 한데 모여 단체사진도 찍었다.
저마다의 표정에 쓰라린 플레이오프의 흔적은 없었다. 11월 마무리 훈련과 이후 개인훈련 과정에서 곱씹을 만큼 곱씹은 과거였다. 삭발 또는 파마로 새 기분을 잔뜩 낸 선수들은 지급받은 장비에 길을 들이느라 바빴다.
김경문(53) 감독은 오전 선수단 미팅에서 "올시즌 즐겁게 해보자"고 했다. 김 감독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몇 년 전부터 팬들한테 '우승한다, 우승한다' 공수표만 날렸다. 우승 얘기는 이제 아끼고 싶다. 즐겁게 시즌을 치르겠다"고 했다.
올해로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면서 "우리 팀에 30대가 많아졌다. 야구에 허리인 중간계투가 중요하듯 팀도 허리가 중요하다. 예년에 비해 가볍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무게감이 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히든 카드가 돼줘야 한다"고 콕 찍은 투수 김성배(30)는 "이제는 잘할 나이가 됐다"고 했고, 투수 최선참 김선우(34)는 "올해 욕심 한번 내볼 것"이라고 했다.
마운드가 관건인 두산은 새로 올 외국인선수 2명과 김선우, 이혜천, 홍상삼, 김성배 등으로 선발진을 꾸리고 마무리투수로는 임태훈과 이용찬을 두고 저울질할 계획이다. 두산은 11일까지 훈련한 뒤 12일 일본 미야자키로 날아가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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