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함바집 비리'사건의 전개가 점입가경이다. 함바집이란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식사를 하는 곳으로, 길어야 3년 정도 운영되는 한시적 임시식당이다. 아무리 수입이 짭짤하다 해봐야 도심의 웬만큼 목 좋은 식당보다 나을 리는 없다. 어찌 보면 서민형 업종에 가까운 식당의 운영권 청탁비리로 인해 지난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의 대표ㆍ임원들 여럿이 소환, 구속됐을 때도 썩 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입이 점점 벌어진다.
비리에서도 등급과 격을 따지는 건 우습지만 그래도 함바집 운영권비리 정도의 사건에 경찰 최고 수뇌부의 이름이 망라되다시피 언급되고 나아가 전직 장관, 국회의원, 공기업 대표들까지 거명되는 건 기가 막힌 일이다. 이들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은 함바집 브로커 유모씨는 별 내실 없이 그저 돈과 인맥을 과시, 활용하고 다닌 전형적인 사기형 인물이다. 물론 수사 중인 데다, 관련자들이 한결같이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서 아직 함부로 의심할 단계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 많은 최고위급 공직자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낯을 들기 힘들 만큼 수치스러운 일이다. 혐의 유무와 죄질을 떠나 이 나라 지도급 인사라고 하는 이들의 저급한 처신과 낮은 도덕성에 다시 한 번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만약 이들이 정말로 유씨에게 놀아났다면 단순히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다. 소음, 교통, 안전, 환경 등 건설현장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숱한 민원 처리와의 연관성까지도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의 의도성을 문제 삼는 분위기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의혹을 살 만한 구석이 없지는 않으나, 국민은 그런 정치적 해석 따위에는 별 관심 없다. 이런 '사소한' 분야에까지 촘촘히 얽혀 어디 한 군데 의심하지 않을 곳이라고는 없는 우리사회의 여전한 부패와 비리 구조에 분노하고 개탄할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백날 공정사회 구호만 소리 높여 외쳐댄들 국민에게 무슨 설득력을 갖겠는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