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석주ㆍ글 강성은
미래인 발행ㆍ312쪽ㆍ1만2,800원
세상에 온 지 서른 해를 못 채우고 떠난 사진 작가 이석주의 유작 포토 에세이다. 그가 생애 마지막 여행에서 찍은 1만장의 사진 중에서 추려낸 100여장에 신예 시인 강성은이 글을 붙였다.
그는 지난해 4월 저 세상으로 갔다.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한 지 1년 7개월 만이었다. 그 두 달 전 그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여행을 떠났다. 영화 ‘러브레터’와 ‘철도원’에서 봤던, 바로 그 눈의 고장이다. 아픈 몸을 끌고 13일간 여행하면서 그가 찍은 사진은 온통 눈, 눈, 눈이다. 사람은 거의 없거나 뒷모습만 보인다. 외롭고 맑은 사진들이다. 흰 눈을 배경으로 찍은 빨간 우체통과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노란 불빛은 따뜻해서 더 쓸쓸하다.
그와 친분을 나눴던 시인 김경주의 회고에 따르면 여행에 앞서 그는 “사람을 담으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서 사람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경주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한 권의 책이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 이토록 다정하면서도 쓸쓸할 수 있다니….”
글을 쓴 강성은은 고인을 만나 본 적이 없지만 사후 유작으로 남은 사진들을 마음 깊이 받아들여 읽었다. 짧은 시 같은 글에 가슴 찡한 여운이 깃들어 있다. 한 편 한 편 아껴가며 읽고 싶은 글들이다.
고인이 준비하다 못 하고 떠난 홋카이도사진전은 2월과 4월에 있을 예정이다. 몸을 버리고 가뿟해졌을 그의 영혼이 저승에서 이승으로 보내는 다정한 눈송이들이 전시장에 춤을 출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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