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의 정보독점 시대 끝… '공감의 폭발력' 더 커진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인간 관계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하는 SNS. 본보는 'SNS가 세상을 바꾼다'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변화상을 소개했다. 이번 시리즈를 정리하며, 6일 정지훈 관동의대 교수(IT 융합연구소),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전문연구원 등 2명의 정보기술(IT) 전문가와 시사블로거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한 자리에 모여 'SNS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SNS가 도입되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 무엇인가. 또 그 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먼저 얘기해봤으면 한다.
정지훈(이하 정)="SNS, 즉 소셜이 우리의 인식구조를 많이 바꾸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가장 큰 부분은 대중매체를 포함해 소수의 사람과 소수의 브랜드가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1인이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일보를 보는 독자는 한국일보를 통해 세상을 본다. 신문이 필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트위터는 다르다. 정보의 릴레이를 통해 한 명 한 명이 알려주고 보여주고 있다. 개인 브랜드가 생긴 셈이다."
미디어몽구(이하 몽구)="1인 미디어를 하는 입장에서 SNS를 통해 기존의 뉴스보다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을 얘기하고 싶다. 그 동안 주요 언론에서 기사를 쓰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독자의 목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침수된 광화문의 소식은 주요 언론이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보고 주요 언론에서 취재를 해 기사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디어로서의 파급력이 있다는 걸 경험하고 느끼고 있다."
강정수 연구원(이하 강)="SNS의 도입, 모바일 컴퓨팅이 대중화되면서 의식과 생활구조가 변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잘 모른다. 분명한 건 우리는 지금 새로운 변화의 지점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공기 없이 살 수 없듯이 우리는 이미 SNS 등 새로운 네트워크를 벗어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본다."
-기존의 포털사이트와는 파급력과 영향력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정="블로그를 찾는 이의 유입 경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포털 의존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다음 메인에 걸려 있는 글을 보고 오거나 네이버 검색을 해서 오는 비중만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찾아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SNS 이전에는 블로그에 내가 글을 쓰고 포털이 유통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제 포털의 영향력이 SNS로 이동하고 있다."
강="단적으로 말하자면 올해 말 정도면 포털의 붕괴가 시작될 걸로 본다. SNS 도입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네트워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포털로 대표되는 현재까지의 인터넷 세상이 '정보를 찾고, 사회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었다면, SNS 이후의 세상은 그런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 공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 사회의 변화는 극심해질 것이고, 기존의 포털 중심의 인터넷 세상은 곧 붕괴할 수밖에 없다."
-SNS의 영향력을 얘기할 때 정치를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내년에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지난 총선 때부터 다들 경험해봤을 것 같은데.
몽구="지난 총선 때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게 유행이었다. 특히 연예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고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앞으로 제약도 많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분명 선거법을 활용해 이를 통제할 것이다."
강="SNS 등의 네트워크는 예측 불가능한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나름의 유통망을 통해 퍼져나가는 새로운 세상이다. 제약이 있으면 이를 벗어나는 수 많은 시도가 있을 것이고, 그 중에 하나가 공감을 얻으면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통제는 자기 검열을 전제로 한다. '이런 법이 있으니 하지 마라'는 식이다. 하지만 SNS 세상에는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법이 있으니 이런 식으로 해보면 되지 않을까'는 시도가 분출할 것이다. 그래서 통제는 불가능하다."
정="공감한다. 막으려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정치인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력 정치인이 밀어주고, 당파 등 파워집단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과거의 정치 셈법으로는 아마 힘들 것이다."
강="소위 '알바생'으로 접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과거부터 (SNS 속에) 살아온 흔적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댓글만 단다고 해서 여론을 주도할 수 없다. 급조된 선동은 이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1,000만이 넘는 SNS 이용자를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이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새로운 싸움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예측할 수 없다. 지켜보기에 재미있을 것이다.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하는데.
정="지금은 인프라가 깔렸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그 위에 무엇을 쌓을까인데 현재 게임과 전자상거래 두 가지가 부상하고 있다. 이후에는 방송, 유통, 택배 등이 올라갈 것이다. 중요한 건 유통의 단계에서 소수의 지배자가 점령하는 시기도 지나고 있다."
강="미국의 배너광고 20%가 페이스북에 걸려 있다. 코카콜라는 아예 TV 광고 자체를 안 하기로 했을 정도다. 물론 이는 광고 시장만의 변화가 아니다. 기업은 지금 룰이 바뀌고 있음을 알고 있다. 먼저 소비자가 강력해졌다. 어느 순간에 안티 팬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 SNS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가 있다. 모든 기업이 페이스북으로 들어가고 있는 이유다. 페이스북의 성장과 지배력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진행=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정리=남상욱기자 thoth@hk.co.kr
■ 관련 정책의 현 주소는
정부는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광범위한 인맥으로 연결된 SNS는 서비스 특성상 개인 정보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히 SNS를 따로 규제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 정보 보호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아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서면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방통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페이스북이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고, 수집한 개인정보를 제 3자에게 제공하면서 이용 목적과 이용 기간 등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개인정보 취급 방침을 우리말로 알리지 않았고, 이용자 권리 및 행사 방법 등을 고지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방통위의 이 같은 요구에 페이스북은 응답 시한인 이달 19일까지 문제가 된 부분의 개선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페이스북의 공식 답변은 아니지만 국내 법률회사를 통해 방통위에서 요구한 개인정보보호 조치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긍정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그때까지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개선하지 않아도 방통위로서는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추후 상임위 의결을 거쳐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페이스북이 미국에 있는 업체이다 보니 거부해도 그만이다. 결국 정부 규제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 중인 외국 업체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셈이다.
이에 방통위는 별도의 SNS 규제법을 만드는 대신에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SNS 개인정보보호 수칙을 만들어 지난달 말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SNS 업체들이 개인정보의 기본 공개 설정을 최소화하고,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관리 감독과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 수단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용자들도 SNS 이용 시 개인정보의 지나친 노출을 주의하고 모르는 타인과 친구맺기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또 위치정보 등 이동경로 노출과 미성년자들의 서비스 이용에 대해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앞으로 정부, 학계, 업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SNS개인정보보호 연구반을 구성해 SNS 개인정보보호 수칙을 다듬을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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