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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희망과 사랑의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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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희망과 사랑의 정치를

입력
2011.01.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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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辛卯)년 새해를 맞아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밝게 웃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신년 인사를 나누며 보람찬 한 해의 삶을 살고자 하는 다짐은 의미 있는 연례행사다. 정치권 역시 새해를 맞아 국회, 정당, 행정부와 청와대, 지방자치단체 별로 신년 다짐을 하고 있건만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새로운 패러다임 마련해야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의 불안한 안보 상황, 치솟는 물가와 청년 실업의 현실이 폭력이 난무하는 의회의 잔상과 겹쳐지면서 정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만다. 세계 10위 권을 바라보는 경제 성장과 스포츠와 문화 한류의 열풍이 휩쓸고 있건만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왜 이 모양일까. 올해는 좀 나아지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 체념의 상태다.

진정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현재의 파행적 정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와 국민 개개인이 우리의 정치를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어떠한 패러다임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올해의 숙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은 정치의 본질을 되짚어보는 작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는 이기적 행위인가 아니면 이타적 행위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정치의 주체는 누구이며, 정치적 주체는 특정 문화와 전통 속에서 어떠한 정치제도와 정치과정을 도출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사실 풀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경험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근ㆍ현대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일제 식민지, 분단, 전쟁, 군사정변과 독재, 외환위기 등의 질곡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다섯 차례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그렇다. 민주정치의 주체는 결국 국민이었고, 국민의 이타적 행위가 독재를 민주로, 통치를 정치로 되돌릴 수 있었다.

이타적 정치행위란 나 아닌 타인과 주변 집단을 위한 희생과 배려다. 국민들이 이토록 이타적 행위로 현재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면 정치권도 이에 답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치에 처음 뜻을 두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스스로 이타적 정치행위를 다짐하지 않을까. 그런데 정치인들의 자성만을 기다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하다.

이 역시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이 개인적 영달과 정치권력의 쟁취를 뛰어 넘어 공동선의 구현을 위한 희생의 정치를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강제의 현실적 방법은 견제와 감시, 날카로운 비판과 엄정한 심판이다. 이러한 부릅뜬 눈과 더불어 필요한 것이 사랑의 시선이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이상적인 패러다임의 정치 일이지 모르지만, 공동선과 희생의 정치를 요구하고 대화와 화해, 평화의 정치를 바란다면 우선 정치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민이 나서야 한다

지난해 10월 예산국회의 대치 국면이 계속되는 시점에 의원회관에서는 제 1기 '일치를 위한 정치학교'가 열렸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이 주관한 6주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30여명의 젊은이들이 사랑에 바탕을 둔 일치의 정치를 주제로 토론했으며, 같은 맥락에서 헌정기념관에서는 '형제애, 유토피아인가,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인가'의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작은 시작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의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정치를 지고(至高)의 예술이라고 한다. 권력관계에서 나타나는 온갖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 역량은 인간과 사회, 자연 환경에 대한 축적된 지식뿐 만 아니라 대상에 대한 깊은 사랑과 배려와 이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예술의 경지를 논할 수 있다. 토끼는 희망의 상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활기찬 희망의 정치를 펼쳐보자.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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