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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사이비서평을 경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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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사이비서평을 경계하며

입력
2011.01.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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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신간 중 중국의 지도 수집가 류강이 쓴 <고지도의 비밀> (글항아리 발행ㆍ이재훈 옮김)을 지면에 소개할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은 미국 역사학자 로널드 프리츠가 규탄한 사이비역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류강의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콜럼버스보다 앞서 미 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이다. 자신이 고서점에서 발견했다는'천하제번식공도'(1418)의 18세기 모사본을 그 증거로 들었다. 영국의 아마추어 역사가 개빈 멘지스는 류강이 제공해 준 이 지도를 근거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1421-중국, 아메리카를 발견하다>를 썼다. 프리츠 교수가 대표적인 사이비 역사서라고 규탄한 책이다.

학자들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는데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이 책이 나오게 된 경위와 흥행 비결을 파헤치는 대목을 읽다 보니, 뜨끔해졌다. 후속작 <1434>에서 멘지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의 정화 대함대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했다. 프리츠 교수는 이 또한 날조라고 말한다. <1434>가 지난해 번역 출간됐을 때 한국일보를 포함해 여러 매체가 크게 소개했다. 어이쿠, 사이비역사의 유포에 일조했구나 하는 부끄러움에 류강의 이번 책을 소개하지 않기로 했다.

류강의 책이 무가치한 건 아니다. 이 책을 감수한 정인철 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류강의 주장이 지닌 허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그의 상상력과 지식이 놀랍다고 평하고 있다. 류강과 프리츠의 책을 나란히 보면서, 서평한답시고 지적 사기의 공범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경계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린 심정이 이럴까.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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