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뮤지컬 시장은 진화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하나뿐이던 뮤지컬 전용극장이 네 곳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창작 단계에서의 인큐베이팅은 지금까지 관 주도였으나 최근에는 민간에서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매출액은 945억원으로 전체 공연의 44%. 공연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액을 올리는 뮤지컬의 올해 변화상을 짚어 봤다.
뮤지컬 전용극장 4파전
현재 뮤지컬 전용극장은 서울 잠실동의 샤롯데시어터 하나다. 여기에 대성그룹의 디큐브아트센터(6월)와 CJ엔터테인먼트의 CJ아트센터(10월), 인터파크의 쇼파크(11월)가 가세한다.
서울 서남권과 인천 등을 잇는 신도림역 근처에 들어서는 디큐브아트센터는 1,250석의 뮤지컬 전용극장과 400석의 다목적홀로 구성돼 있다. 개관작은 '맘마미아!'.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래를 엮어 만든 모녀의 유쾌한 이야기다. 대학로에 생기는 CJ아트센터는 950석의 뮤지컬 전용극장에 480석의 중극장, 280석의 소극장을 갖춘다. 개관작은 고교 농구스타와 과학 영재소녀가 교내 뮤지컬 공연을 해 나가는 디즈니 제작 뮤지컬 '하이스쿨뮤지컬'로 결정됐다.
쇼파크는 강남과 강북 모두 접근하기 좋은 한남동에 위치한다. 1,600석의 뮤지컬 전용관과 1,268석의 콘서트홀이 들어서는데 개관작으로 웨스트엔드 뮤지컬 '조로'가 유력하다. 복면을 쓰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조로의 영웅담이 스페인 기타리스트 집시 킹즈의 라틴 음악과 플라멩코 스타 라파엘 아마르고의 안무로 펼쳐진다.
샤롯데시어터는 현재 공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 '캣츠' 등 유명작을 준비 중이다.
뮤지컬 전문잡지 더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새 극장들이 문을 열면 장기 공연으로 질을 높이고 티켓 값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기업 단체 판매를 통해 기형적으로 커진 뮤지컬 시장이 일반 관객을 얼마나 개발하느냐가 공연장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 과정 지원 활성화
지난달 27일 서울 신정동 CJ아지트. 150여석의 소극장은 무료로 공연하는 '사랑을 포기한 남자'를 보러 온 관객들로 붐볐다. 관객들은 관람료 대신 감상평을 적어 창작자들에게 전달했다. 동석한 제작사 관계자들은 이를 보면서 무대화 가능성을 점쳤다.
CJ문화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사업이다. 재단은 뮤지컬 창작그룹을 선발, 장학금 형식의 생활비와 창작비(팀당 3,000만~4,000만원)를 지원하고 매달 워크숍을 열고 있다. 한 해 예산은 5억5,000만원에 이른다.
두산아트센터도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두산 아트랩'을 확대했다. 극장이 뮤지컬 연극 등의 창작자에게 연습실과 워크숍 무대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뮤지컬 '숲 속에서'와 '모비딕'의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창작뮤지컬이 실패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제작 과정의 세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지금까지 뮤지컬 창작 지원은 대구뮤지컬페스티벌과 정동ㆍ명동예술극장의 '창작팩토리' 사업에 그쳤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창작자는 안정적 환경에서 다양한 작품을 개발할 수 있고, 제작자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는 선진적 방식"이라며 "관 주도의 지원 사업이 민간까지 확대된 것이 반길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 전문가 17인
2011년 가장 눈에 띄는 뮤지컬은 무엇일까. 국내 17명의 뮤지컬 관계자들에게 올해의 뮤지컬 기대작 세 편과 기대할 만한 배우 3명을 꼽아 달라고 했다.
투표 결과, 1위로 뽑힌 작품은 11표를 얻은 '천국의 눈물'(설앤컴퍼니). 1차 판매한 티켓 중 김준수(시아준수) 출연분이 5분 만에 매진되고, 13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했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작품이다. 관계자들은 국내 자본으로 해외 창작진이 만드는 대형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작곡자 프랭크 혼과 배우 브래드 리틀의 참여도 흥행에 한몫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4년 전 같은 방식으로 만든 '댄싱 섀도우'의 흥행 실패를 의식하며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도 많았다.
2위는 라이선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뮤지컬해븐)이 차지했다.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록뮤지컬이다. 연출가 유희성씨는 "묵직한 소재가 뮤지컬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의미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09년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음악상 등 3관왕을 기록하는 등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올해 활동이 기대되는 남녀 배우로는 전동석과 정선아가 각각 6표를 받아 1위로 뽑혔다. 2009년 '노트르담 드 파리'로 데뷔한 전동석은 지난해 신인인데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몬테크리스토'의 알버트 역을 꿰찼다. 새해에는 '천국의 눈물'에서 주인공 준 역을 맡아 시작이 좋다.
현재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역을 환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정선아는 9년 전 '렌트'로 데뷔, 이미 명실상부한 주연급 배우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정선아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노래와 연기 모두 뛰어난 배우"라고 극찬했다.
한편 작품은 몇 가지로 압축됐지만 배우는 1위를 제외하고 쉬이 판가름 나지 않았다. 한 응답자는 "스타를 우선 캐스팅하는 분위기 속에서 배우의 실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한탄하며 아무도 꼽지 않기도 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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