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 방안으로 각 대학에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데 대해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인상률을 3% 이내로 최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 요청에 따라 수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온 일부 대학들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어 각 대학이 정부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 주목된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대교협 회장단을 포함한 22개 대학 총장들과 만나 "등록금 문제는 물가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학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지난 2년간 많은 대학이 등록금 문제로 상당히 힘들었겠지만 올해까지는 인상을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대교협 회장인 이기수 고려대 총장을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전북대, 충남대, 한동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등록금 인상 자제 대학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으로 정부의 대표적인 재정 지원 정책인 '교육역량 강화사업'의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이기수 대교협 회장은 "각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곧 열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인상을 하더라도 3% 이내로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전북대, 충남대, 한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경대 등 일부 대학은 이미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 사립대 총장은 "국ㆍ공립대와 사립대, 수도권대학과 지방대, 규모가 큰 대학과 작은 대학의 형편이 모두 다르지 않으냐"며 "일부 대학은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각 대학들은 정부 방침을 충분히 고려해 보겠지만 섣불리 동결하거나 3% 이내로 인상률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형편상 동결은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다른 대학의 추이를 살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을 교육역량 강화 사업과 연결짓는 것은 정부 말을 잘 듣는 대학에만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자율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해 전국 200곳의 4년제 대학 가운데 115곳이 등록금을 동결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돼 인상률은 이전 3년간의 평균 물가 상승률의 1.5배(5.1%)를 넘지 못한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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