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건설업자 행세… 남 두터운 인맥
전ㆍ현직 경찰 고위층은 물론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 등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친 혐의를 받고 있는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모(64·구속기소)씨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구속 전까지 부산에서 급식업체인 W사를 운영했다. 또 건설현장에서 함바집 4곳을 직접 운영해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재력가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고향 인맥과 생활 근거지인 부산에서 만난 지인 등을 통해 유씨는 영호남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결과 그가 영남지역 선거구의 한나라당 의원, 호남지역 선거구의 민주당 의원에게 각각 거액의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씨는 유망한 건설업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경찰 고위간부들도 찾아다녀 경찰 내부에선 진작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은 "유씨가 캄보디아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줄 알았다. 1년에 한두 차례 국내에 들어온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한 경찰 간부는 "인맥을 과시하고 질이 나쁘다는 소문이 나돌아 기피 인물로 찍혔다"며 "정보 라인과 참모들이 아마도 주의를 줬을 텐데 강희락 전 청장 등이 연루된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지난해 말 건설회사 임원들의 송년회에선 유씨를 두고 "늙어서도 정신 못 차려 결국 쇠고랑 찼네"라는 말이 오갈 정도였다.
유씨의 로비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진행됐다. 그는 한화건설 이모(60) 사장과 면담한 뒤 이 사장이 자신을 배웅하는 모습을 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와 관련된 한 건설회사 직원은 "유씨가 회사 대표를 만나러 직접 찾아와서는 동행한 사람에게 '내가 사장을 잘 알아'라고 말한 걸 들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강 전 청장 등 경찰 최고위층에게 접근한 것도 업자들과의 로비를 원활히 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최근 서울동부지법에 보석 신청을 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법원은 6일 "피고인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