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사건 전방위 확산"브로커 유씨 사다리 타듯 고위층에 접근"檢, 공기업 2곳임원에 금품 정황도 포착
함바집 비리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출국금지하면서 검찰의 칼날이 두 전직 경찰 총수를 겨눌 때만 해도 경찰의 고질적인 인사청탁과 관행적인 업체유착 사건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연루된 경찰 고위층 인사가 전현직을 아울러 10여명으로 늘어나고, 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공기업 고위임원 등의 이름까지 거명되면서 파문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 조직으로서는 자칫 최악의 스캔들로 비화할지도 모를 모양새다.
금품 살포를 무기로 한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모(64ㆍ구속기소)씨의 촉수가 과연 어디까지 뻗쳤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경찰 조직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치안감 이상 등 전현직 수뇌부만 6명, 이들에게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총경급도 5명이나 된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유씨가 이미 경찰 수뇌부를 두루 아는 마당발로 정평이 나 있어 더 많은 연루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유씨는 마치 사다리를 타듯 안면을 익힌 경찰관을 통해 고위층에 접근하는 방식을 썼다"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 수뇌들은 만나기를 꺼렸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일단 강 전 청장 등 거론된 인사들은 한결같이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하거나 유씨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중확 전 경찰청 수사국장은 6일 "유씨는 한번도 만나보지 않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돈을 받았다고) 사실무근을 이야기하면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하겠다"고 발끈했다. 양성철 광주경찰청장도 "3, 4년 전 동향(전남 목포)이라 해서 처음 만났고, 지금껏 한두 번 정도 만났지만 2009년 이후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며 "돈을 받고 그런 것 절대 없고, 자꾸 이름이 거론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울산경찰청장 역시 "식사를 두세 차례 한 적은 있지만 업무 관련 사항은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역시 금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똥은 정치권으로도 튀고 있다. 검찰은 유씨에게서 민주당 조영택 의원과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에게 후원금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조 의원의 보좌관 조옥현씨는 "동향(조 의원 고향은 전남 완도)이라 아는 사이 정도"라며 "2008년 8월에 한번 후원금 500만원을 받긴 했지만 대가성은 전혀 아니고, 영수증 처리 등 법적 절차를 다 밟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가 이외에도 공기업 2곳의 고위 임원, 전현직 장관급 공무원 등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정황과 함께 서울시청을 자주 드나들며 관계자들과 접촉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