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남북 간 무조건 회담 제의'에 큰 정치적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과거 중국에 6자회담 복귀 신호를 보인 것과 비슷한 '대화 공세'의 차원일 뿐 그 자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북한의 태도변화는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5일(현지시간) "제안의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논평한 것도 대화 제의와 약속 파기를 거듭해온 북한의 행태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있다.
미국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도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자세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롤리 차관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며 "양자 혹은 다자 대화를 위해 '적절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을 중국측에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적절한 환경'의 조건으로 ▦추가도발 단절 약속과 ▦9ㆍ19 공동성명 이행을 들었다.
미국이 북한에 '말'이 아닌 '행동'을 줄곧 강조하는 것은 남북관계 진전이나 이를 통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한 태도변화'가 선행돼야 대화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대화만을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를 겪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입장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연이은 도발을 직접 겪은 피해 당사국인 한국에 대해 북한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만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크롤리 차관보가 "북한은 아직 연평도 도발이나 천안함 격침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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