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9월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규약을 30년 만에 개정하면서 군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당권과 군권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안정적으로 권력세습을 추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개정된 노동당 규약은 '조선인민군은 모든 정치활동을 당의 령도 밑에 진행한다'(46조) 고 새로 명시했다. 또 '각 부대에 파견된 정치위원들은 당의 대표로서 부대의 전반 사업을 책임지며 장악ㆍ지도한다'(50조)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는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강조한 것으로 김정일체제 출범 이후 영향력이 급격히 신장된 군을 견제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소식통은 "세습구축 과정에서 있을지 모르는 군부의 반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돌발 사태에 대비하고 권력세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당 중앙조직들의 권한과 운영 규정을 변경한 점도 눈에 띈다. 우선 5년 주기로 돼 있던 당대회 소집 규정을 삭제해 당 중앙위원회가 당 대회를 필요시 소집할 수 있도록 했다(21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할 경우 언제라도 당 대회를 열어 김정은 체제를 신속히 완성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임시 당대회 성격인 당 대표자회에 당 최고기관 선거 및 당 규약 개정 권한을 부여(30조)한 것도 김정은의 당권 장악을 용이하게 한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은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임하는 규정도 신설했다(22조). 현재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은이 복잡한 절차 없이 향후 총비서직을 승계하는 것만으로도 당권과 군권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북한은 앞서 공개된 개정 당 규약 서문에서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삭제하고 '조선노동당은 김일성의 당'이라고 규정(한국일보 2010년 10월 1일자)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