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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새로운 10년, 새로운 도전] (5) 북한 그리고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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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새로운 10년, 새로운 도전] (5) 북한 그리고 통일

입력
2011.01.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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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통일한국 가상 시나리오

북한, 다시 말해 분단 상황은 전 세계 주요 경제 중 우리만이 갖고 있는 고유변수. 동시에 우리 경제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는 위험요소다. 어느새 익숙해진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향후 10년간은 차원이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 여기에 언제, 어떻게 올 지 모를 통일 변수까지 더하면 위기감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준비 없이 맞는 통일은 곧 ‘재앙’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의 도움을 받아 향후 10년 내 예기치 않은 통일을 맞을 경우 펼쳐질 통일 한국의 유력한 두 풍경을 가상 시나리오로 그려 본다.

#. 시나리오 1- 독일식 흡수통일

2020년 1월초 서울. 통일 한국의 수도는 연일 축제 분위기다.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체제분열로 휴전선이 무너지면서 한반도는 통일을 맞았다. 이제 몇 남지 않았지만 이산 1세대는 꿈에 그리던 귀향을, 국민들은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기대하며 환호했다.

2월.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경제전망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미래에 대한 기대는 차츰 우려로 바뀌었다. 정부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4% 정도면 북한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민간연구기관들은 “턱도 없는 얘기”란 반응을 보였다.

고철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도로, 철도, 항만, 전력망 교체에만 수십조원이 들어갈 판. 2,000만이 넘는 북한주민에게 장기 임대주택 300만~400만호를 공급하는 데만도 400조~600조원의 자금이 예상된다. 여기에 1인당 국민소득이 남한의 5%에 불과한 북한 소득수준을 최소 절반까지라도 끌어올리려면 수십년간 매년 200조~300조원씩의 통일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무성하다.

3월 들어 언론이 연일 한국의 불확실한 미래상을 보도하자 주식시장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다. 외국인들은 계속 한국주식을 팔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통일비용을 메우려면 각종 세금 인상과 함께 복지ㆍ의료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난무한다. “북한의 저임 노동력이 경제의 새 활력이 될 것”이란 정부의 청사진은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되며 위기설을 잠재우지 못한다. 국내외에서 제2의 외환위기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8월, 통일문서가 정식 서명되자 기업들은 다투어 북한에 진출하지만 1,020만명(1994년 기준)에 이르는 북한 노동력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170만명의 기술자 역시 남한 기준에서는 ‘재교육’ 대상. 북한 실업률은 순식간에 30%를 훌쩍 넘고, 300만이 넘는 주민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남하한다. 하지만 남한 역시 이미 만성적인 청ㆍ노년실업에 여력이 없는 상태. 북한 출신 노숙자가 서울 시내 곳곳에 넘칠 지경이다.

10월. 사회 갈등은 점점 고조된다. 일자리도 없고, 일을 구했다 해도 남한경제의 최하위층을 형성하게 된 북한주민들의 불만들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남한 주민들 역시 경기침체에 북한주민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까지 겹치면서, 통일의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정부 지지도는 급락하고 도시 곳곳에서 연일 대규모 시위가 반복된다. 벌써부터 극좌와 극우 정당 창당 움직임이 일고 영호남 갈등을 능가하는 남북간 지역갈등이 표면화되며 한국 사회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준비 없는 통일의 후유증은 커지기만 한다.

#. 시나리오 2- 경제분할 단계적 통일

2020년 8월 평양. 도시 곳곳은 흡사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 도심 공터마다 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주석궁을 비롯한 옛 북한 정권의 행정기관들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급한 대로 상가로 변신한 건물마다에는 유흥주점 등 자본주의형 상점이 들어서고 주민들은 공사장 인부에서부터 외국계 기업의 사무보조원까지 새 일자리 적응에 바쁘다.

2019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후, 북한 정권이 통일에 합의하자 남한 정부는 세계를 깜짝 놀래킬 결단을 내렸다. 천문학적 통일비용이 남북한 경제의 공멸을 불러오리라는 판단 하에, 국제사회가 북한경제 개발에 공동 참여하는 이른바 ‘경제분할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 정치ㆍ행정 상의 주권은 남한이 흡수통일하되 경제 개발에는 6자 회담 참여국과 유럽연합 등을 끌어들이는 아이디어다. 평양을 포함한 평안도 지역을 할당 받은 중국은 토지 무상임대, 파격 세제혜택 등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독자적인 대규모 산업벨트 건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물론 여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부의 북한 개발계획에 야당은 “또 다른 분단과 식민지화를 초래할 매국 정책”이라며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당은 “이것만이 재앙을 피할 유일한 대안”이라며 결국 법안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중국 등이 한국의 제안에 선뜻 응한 것은 북한의 무한한 잠재력 때문. 골드만삭스 보고서(2009년) 등에 따르면 평양 인근에만 3조7,000억달러 규모의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 최대 230억 배럴의 석유매장량은 세계 20위 인도네시아에 버금간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 여기에 남한의 20분의1 수준인 북한 임금은 세계적인 제조업 기지의 인프라로 매력이 충분했다.

한편에선 자본주의화의 부작용도 속속 터져 나왔다. 급속한 산업화와 자본유입에 따라 북한에도 새로운 계층이 형성됐다. 신 자본가 계층을 중심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적응에 실패한 주민들은 대도시마다 거대한 슬럼가를 형성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각종 사기도 횡행하는 상황. 새로운 토지법 시행에 따른 토지 소유권 분쟁과 북한 전 지역에 걸친 부동산 투기 광풍은 정부의 긴급 주거안정 정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곳곳에서 준비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지금 당장 북한이 붕괴한다면

당장 내일 북한이 무너지거나 통일이 된다면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닥칠까. 단기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먼저 금융시장. 당장 고조될 정치ㆍ군사적 위기감과 사회적 혼란, 장차 지불해야 할 천문학적 통일비용 우려는 내ㆍ외국인 투자자 모두에게 패닉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투매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은 붕괴 수준의 폭락ㆍ폭등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 불안감을 느낀 예금자들이 일시에 예금 인출을 시도하며 금융기관마다 ‘뱅크 런’ 사태에 직면할 수 있고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금 사재기 같은 현상도 쉽게 목격될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당장 ‘제2 외환위기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금의 ‘코리아 엑서더스’로 원ㆍ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은 순식간에 급등한다. 정부ㆍ민간 할 것 없이 채권 발행 가산금리가 폭등하면서 외화조달 길이 일시에 막힐 수 있다. 여기에 국제 금융기관들이 기존 대출금마저 속속 회수에 나선다면 한국은 순식간에 제2의 외환위기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3,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은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막히는 순간, 순식간에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 경제도 휘청거린다. 불확실성 증폭으로 경기침체는 심화되고, 이런 와중에 물품 사재기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 시장질서 자체가 붕괴된다. 수출기업들의 경우 해외 발주업체의 불안심리 만으로도 수주계약이 급감할 수 있다.

정부는 한 순간에 ‘빈털터리’ 위기에 몰린다. 우선 필요한 것이 북한 지역의 사회안정비용. 국제사회의 투자가 이뤄지기 전까지 식량, 의류, 의약품 등 생필품 지원은 고스란히 우리 정부의 몫이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300만 북한주민 1인당 한 달에 10만원 꼴만 쳐도 1년이면 27조~28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현재 남한의 1년치 국방예산(29조원)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 대량 남하할 경우, 주거난 해결도 당면과제다. 통일 당시, 서독은 한때 연간 30만~40만의 동독 난민에게 지원할 주택 문제를 놓고 주정부와 중앙정부가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하지만 “대량 난민 사태는 북한군의 약탈이나 정권의 탄압이 심할 경우 상상해 볼 수 있지만 반드시 현실화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내의 혼란상과 달리 주변국들은 이른바 ‘통일 특수’를 누릴 전망. 북한에 대한 생필품 지원과 기초적인 통신, 교통, 시설물 설치를 위한 물자는 전량 국내 조달이 어려운 만큼 중국, 일본 등에서 긴급 공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가ㆍ대량 조달이 가능한 중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북한 리스크의 전개방향은 크게 두 가지. 극단적인 전면전 시나리오를 제외한다면 긴장과 화해 무드의 주기적 반복이냐, 급변 사태에 따른 갑작스런 통일이냐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차원이 다른 안보리스크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거치며 한반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 남북이 스스로 손잡고 통일국가로 향해 가리라는 희망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기존 체제붕괴 리스크 외에 새롭게 전쟁발발 리스크까지 부상한 만큼 앞으로는 굵직한 충돌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무력충돌이나 핵실험 같은 돌발 이벤트에는 마땅한 대비책도 없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군사적으로야 무기라도 보강한다지만 경제를 좌우하는 투자심리는 돈으로 안정시킬 수 없는 부분"이라며 "결국 충돌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탄식했다. 동 팀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숙명상 섣불리 자금 유출입을 막을 수도 없다"며 "웬만한 충격을 흡수할 만큼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고 경제 기초체력을 기르는 게 답이라면 답"이라고 말했다.

통일대비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하루 속히 치밀한 통일 대비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데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통일 쇼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우선 대비책은 재원확보다. 적게는 수십조원에서 많게는 수천조원까지 예상되는 통일비용을 모조리 다 준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초기 대응용 자금과 현실성있는 장기재원 대책 정도는 갖춰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금이든, 재정이든 부담주체인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비용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것.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화두로 제시한 통일세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전 대비 측면에선 통일지향적이지만, 비용부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통일을 꺼리게 하는 반통일적 성격도 갖는다. 면밀한 비용 추산을 토대로 한 지속적 국민 설득작업이 필수적인 이유다.

세금 이외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남북협력기금 같은 성격의 통일기금 준비. 김 선임연구원은 "통일 후 새로운 세금신설을 위한 입법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통일 후 1년까지 들어갈 돈은 마련해 두어야 한다"며 "기초적인 사회보장, 체제통합, 경제기반시설 투자 등만 쳐도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형태의 기금 60조원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통일용 채권ㆍ화폐ㆍ복권 발행 등도 아이디어로 제시되지만 이들은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며 ▦외자유치를 통해 통일투자펀드, 통일투자은행 등을 설립한다거나 ▦통일시 수혜가 유력한 산업ㆍ지역에 별도의 '통일 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도 제안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방향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통일비용을 가급적 줄이는 것. 창의력만 발휘한다면 '개성공단 모델'을 뛰어 넘는 새로운 접근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통일시 막대한 초기 투자가 예상되는 각종 인프라 및 산업단지의 수익성을 예측해 '통일증권시장'을 만들어 국제 투자금을 모을 수도 있다. 통일후 대륙과 연결지대가 될 북ㆍ중ㆍ러시아 접경지역에 교량 건설, 경제협력지대 건설 등도 선제적으로 투자하면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비용 외에도 통일대비 과제는 수두룩하다. 통일 후 연간 30만명 이상의 동독 주민이 몰려들면서 주거단지 마련을 놓고 주정부와 중앙정부간 대립사태까지 낳았던 서독 사례를 감안하면 우리도 북한인력유입에 따른 치밀한 컨틴전시 플랜이 시급한 상태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의 통일준비는 군사적인 매뉴얼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산업, 재원마련, 금융, 국제관계 등 각 분야별로 한시적인 태스크포스가 아닌 상시 연구조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독일 통일의 교훈

독일 통일은 분단 40년 만에 갑작스레 진행된 서독의 흡수통일이었다. 1990년 밖으로는 소련이 개혁ㆍ개방 정책을 펴고, 안으로는 국민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통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45개 조항, 1,000쪽 분량의 통일 조약을 불과 두 달 만에 완성했을 정도.

그러나 급하게 진행된 만큼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동서독 간 경제 불평등. 통일 직후인 1991년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서독의 43%, 평균 임금은 58%에 불과해 그 격차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여기에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빠져나가면서 동독인구는 10%나 감소했다.

경제 불평등은 동독 지역 주민들의 ‘2등 국민’ 열등감으로 이어졌고, 일부 동독 주민들 사이에서는 동독 시절에 대한 향수를 뜻하는 ‘오스탈기(ostalgie) 현상’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은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2008년 기준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구 서독의 71%, 월 평균 임금은 83%까지 증가했는데, 아직 완전한 균형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서독의 생활수준이 꾸준히 개선돼 왔고 심리적 벽도 많이 사라졌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에는 동독 지역 주민의 자동차 소유 비율이 57%를 기록하며 서독 지역(51%)을 앞섰고, 통일 직후 출신지에 따라 서로를 폄하하는 호칭인‘오시(Ossiㆍ게으른 동독 사람)’와 ‘베시(Wessiㆍ거만한 서독 사람)’도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간극을 좁히는 힘은 역시 돈이었다. 지금까지 동독지원에 쏟은 돈은 2조 유로(약 3,000조원). 독일 정부는 통일 직후 서독의 질 높은 사회보장제도를 동독에 똑같이 적용했고, 고속도로 철도 상하수도 통신망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비용은 소득세와 법인세에 추가 세율을 붙여 징수하는 통일연대세, 국채 발행 등으로 조달했다.

독일에 본부를 둔 한스자이델재단의 한국사무소 김영수 사무국장은 “사회보장제도는 경제 격차를 줄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내적 통합에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독일의 현 상태에 대해 “동서독의 임금차는 생산성 격차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통일의 부작용이라고만 볼 수 없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통합은 일단락됐다”며 “출신지에 대한 편견이 없는 30대 이하 국민들이 사회 주축이 되는 15~20년 후에는 사회심리적인 통합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제 격차나 이데올로기 주입 정도에 있어서 남북한은 동서독보다 격차가 훨씬 심하기 때문에, 독일이 겪고 있는 후유증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 통일 비용 얼마 들까

통일에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답은 “아무도 몰라요”다. 통일 시점, 속도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옛 서독에서는 통일 비용을 공식적으로 계산하려는 시도를 아예 하지 않았을 정도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전망치를 내놓고 있지만, 그 규모는 천차만별, 제각각이다.

최근 10년 사이 각 기관들이 내놓은 통일비용 전망치는 대략 500억~5조달러. 우선 통일시점을 놓고 보면 큰 차이가 벌어진다. 2000년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통일에는 7,700억~3조5,500억달러가 들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통일시기를 2000년과 2005년으로 잡고 북한의 생산성(한국의 7~15%) 등을 변수로 두고 추산한 것. 결국 통일이 늦어질수록 남북한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져 통일비용도 증가한다는 뜻으로 현재 기준에서는 이보다 비용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비용은 통일 속도에 따라서도 널뛰기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미래기획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8월 산출한 전망에 따르면 통일비용은 3,220억~2조1,400억달러. ▦2011년부터 2040년까지 30년 동안 점진적으로 통일될 경우 통일비용은 연평균 100억달러 ▦급진적 통일일 경우 연평균 720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주민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통일비용은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1인당 목표소득을 3,000달러로 잡았을 땐 통일비용은 1,570억달러 ▦1만달러로 잡으면 7,0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천문학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따른 편익은 결국 비용을 능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통일비용을 1,570억달러로 잡았을 때 통일로 인한 편익은 2,197억달러였다”며 “계산되지 않는 무형의 이익까지 감안하면 통일편익은 훨씬 많아진다”고 말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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