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제역 확산…수원 싸움소 농가도 비상/ "소싸움 전통, 복원 10년만에 사라질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구제역 확산…수원 싸움소 농가도 비상/ "소싸움 전통, 복원 10년만에 사라질라"

입력
2011.01.05 13:36
0 0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의 한 축산농가. 송인기(53), 기현(30)씨 부자가 운영하는 이 농가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싸움소를 기르고 있는 곳이다. 전국 소싸움 대회 최다 우승 경력을 갖고 있어 몸 값만 2억원인 '비호'를 비롯해 '수원성' '줄범이' 등 싸움소 13마리와 한우 200여 마리가 있다.

요즘 송씨 부자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수원과 인접한 광명까지 번지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곳 농장까지 유입되지 않도록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소싸움이 전통문화로 복원된 이후 송씨 부자의 싸움소가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무려 42차례. 특히 2억원을 호가하는 '비호'는 28번이나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국내 제일의 싸움소다. 660kg 이하(병종) 부문의 '수원성'도 7,000만~8,000만원에 이르고 뚜렷한 얼룩무늬가 특징인 칡소 '줄범이'도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에서 정자를 채취할 정도로 토종 한우 복원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종이다. 송씨는 "싸움소 10여 마리의 몸값이 10억원을 넘는다"고 했다.

이런 송씨 부자의 축산 농가 인근인 화성, 용인에서 구제역, 혹은 구제역 의심소가 잇따라 신고되면서 송씨의 근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추운 날엔 이불까지 덮어줄 정도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소들이 행여 구제역에 걸릴까 지난 한달 동안 6,000여㎡에 달하는 목장 방역으로 하루를 시작해 방역으로 하루를 마치는 게 일과가 됐다. 그 동안 농장 주변에 뿌린 생석회는 무려 3톤이 넘는다. 4일에는 싸움 소 13마리를 비롯해 목장에서 키우는 모든 한우에 백신을 접종했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아예 목장 밖에 나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인과 외부차량의 진입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목장 주변의 잡풀들과 쓰레기들을 모두 태웠다.

이 같은 철통 방역에도 불구하고 송씨 부자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며 근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송씨는 "싸움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에는 보통 한우 30~40 마리를 키우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손도 많이 가고 정성도 필요하다"며 "10여 년 만에 겨우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전통문화가 사라질까 걱정"이라며 열심히 생석회를 뿌렸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