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파동 탓에 대한씨름협회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발발한 구제역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발하면서 지난 12월8일부터 12일까지 안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천하장사 씨름축제가 전격 취소됐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들이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충북 보은군에서 열릴 예정인 설날장사대회(2월3~5일)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아직까지 청정지역인 충북 보은은 구제역 진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보은은 새해맞이 행사를 포기한 바 있어 설날장사의 정상적인 운영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대한씨름협회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구제역에 대한 경계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민족 최대의 스포츠인 명절 장사대회는 불가피하게 취소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국가적 비상 상태 탓에 명절의 장사대회가 무산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협회는 설날장사를 위해 대회 장소도 바꿀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의 재정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도시로 장소를 바꿔 치를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한 대회를 치르는데 3억원 가량이 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창 리그가 진행 중인 프로배구및 프로농구와 달리 씨름만이 구제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배구와 농구는 도시를 연고로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구제역에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유치로 대회가 열리는 씨름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군단위의 농어촌 지역에 유치되는 씨름대회는 구제역과 같이 축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대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씨름이 예전처럼 인기를 되찾아 도시에서 언제든지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라는 씨름인들의 한탄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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