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간부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두 달 전 국회의 의원사무실을 돌며 5만원권 지폐다발을 무더기로 뿌린 사실이 법정진술에서 드러났다. 단순한 정치후원금 전달이 아니라 대가성을 드러내는 구체적 정황으로 보여 이들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뇌물수수 기소 여부가 주목된다. 또 이들 간부들은 입법로비를 위해 접촉한 의원과 보좌관이 140여명에 달한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5일 서울 북부지법 형사제11부(부장 강을환)의 심리로 열린 청목회 간부 3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받던 청목회장 최모(55)씨는 2009년부터 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청목회 간부들이 여야 현직 의원 80명을 직접 면담했으며, 보좌관과 지역사무실 관계자 등을 포함해 140여명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청목회 관계자들은 이들 의원 중 38명에게 총 3억830만원을 전달했다.
또 불법 후원금을 전달하는 구체적인 방식들도 드러났다. 청목회 사무총장 양모(55)씨는 최 회장의 지시로 2009년 10월 은행에서 1억1,100만원을 5만원권으로 인출, 500만원씩 한 봉투에 넣고 각 의원실에 매일 2,000만~3,000만원씩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두달 뒤인 같은 해 12월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양씨는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을 돌며 보좌관을 만나 '청목회에서 후원을 하려 하는데 받겠냐'고 제안해 '받겠다'고 하면 돈봉투와 후원자 명단을 전달했냐"는 검사의 신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양씨는 또 의원실 관계자와 함께 은행에 가서 입금을 한 뒤 기부자 명단을 전달하거나 자신이 미리 은행에 입금을 하고 명단을 전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당시 의원 299명 전원의 이름이 적힌 A4 용지를 들고 다니며 후원금을 받은 의원실과 금액을 함께 기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청목회의 입법로비를 수사중인 검찰은 지난달 말 청목회로부터 1,000만원 이상을 받은 권경석 유정현 조진형(한나라당) 최규식 강기정(민주당) 이명수(자유선진당) 등 6명을 다음주 내 기소할 방침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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