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소망 중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바로 건강이다. 건강관리하면 가장 먼저 감기예방, 운동, 금연, 다이어트 등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현대 질병의 50~80%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특히 새해 초에는 사업구상, 승진누락,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공포, 취업 경쟁, 주변환경 등 다양한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알다시피 심한 스트레스는 몸의 생체리듬을 파괴하며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보통 스트레스라고 하면 흔히 심리적인 증상인 불안과 우울, 무력감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염색체(DNA)의 양쪽 끝에 위치한 텔로미어(telomere)라는 구조물이 없어짐으로써 세포 분화와 재생을 못하게 해 노화가 촉진된다. 즉, 두통과 소화불량, 피로감, 근육긴장, 체중변화, 불면증, 배뇨장애, 화끈거림 등의 신체 변화가 먼저 신호로 나타난다. 그리고 초조와 안절부절, 건망증, 집중력 감소, 불면, 무력감 등의 행동변화를 같이 보인다.
그리고 실제 고혈압과 심장질환, 소화성궤양, 갑상선 기능장애, 과민성 대장증후군, 긴장성 두통, 천식 악화, 가려움증 등의 많은 현대병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 담배에 더 의존하고 폭식하게 돼 비만이 되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분노도 잘 조절되지 않는다. 따라서 술과 담배, 비만 등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고는 조절하기 어렵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생활습관을 약간만 바꿔도 덜 받게 된다. 술과 커피, 홍차, 콜라 등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 신선한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적당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도록 한다.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이 돼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해지며 하루 8컵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흔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쉽게 소화되는 탄수화물 음식인 과자와 빵,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인슐린 분비에 장애를 일으켜 스트레스를 더 악화시키고 체력도 떨어지게 하므로 삼가는 게 좋다. 또 다른 스트레스 조절의 중요한 요소는 신체 건강이다. 운동을 적절히 지속적으로 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끝으로, 웃음은 우리의 건강한 삶에 활력소이자 보약이다. 불안한 감정은 교감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어 우리 건강을 해치지만 웃음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웃음은 그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자연치료제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의 분주함과 유쾌하지 못한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많이 웃지 못하고 살아간다. 새해에는 많이 웃자. 자신을 위로하며 큰소리로 많이 웃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